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규명 특검을 “국민의힘이 나서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특검을 반대할 수 없다”고도 했다. 채 상병 사망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특검 요구가 갈수록 커지는데도 거부권 행사 압박 등 ‘방탄’에만 몰두하는 여권 주류와 달리 유력 차기 당권 주자가 특검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분명하게 밝힌 것은 주목할 만하다. 한 전 위원장은 총선 민심의 질타를 받은 당정관계에 대해서도 ‘수평적 재정립’을 강하게 주장했다. 한 전 위원장의 출사표가 국민의힘이 7·23 전당대회를 통해 그간의 국정운영을 성찰·쇄신하고 환골탈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후 기자들의 채 상병 특검 질문에 “집권 여당은 크게 반성해야 한다. 국민들께 의구심을 풀어드려야 한다”면서 특검 추진 입장을 밝혔다. 채 상병 순직 사건과 수사기록 회수를 둘러싼 대통령실의 외압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특검 필요성을 부인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당연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오히려 총선 참패 두 달여가 지나서야 여권 내 책임 있는 인사가 이런 입장을 밝힌 것은 만시지탄이다. 다만 국회 계류 중인 야당의 채 상병 특검법안 수용을 배제하고 여당이 따로 특검법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통신기록 보존 기한(1년)이 다음달(19일)로 다가오는 등 진상규명을 위해 하루가 급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제안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
그는 또 출마 선언에서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고, 쇄신하겠다”며 여당을 용산출장소로 취급해온 대통령실 행태를 질타했다. 한 전 위원장이 밝힌 채 상병 특검 추진, 수평적 당정관계 재정립 모두 기존 국정운영의 근본적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의지로 비친다. 대통령실도 채 상병 특검 거부권 행사를 압박하기엔 부담이 커졌다. 절체절명의 위기인데도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정부·여당의 정치적 무능과 무책임에 정면 경고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날 전대 출사표를 던지면서 국민의힘 당권 경쟁은 윤상현 의원까지 4파전으로 확정됐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전대 동안 치열한 논쟁과 쇄신 경쟁이 이어지길 바란다. ‘윤심’ 경쟁이나 ‘친한 대 반한’ 계파 대결로 점철된다면 국민에게 더욱 큰 실망감만 안겨주게 될 것이다. 이번 전대가 국민이 주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대통령실도 지난해 3·8 전대처럼 특정후보 당선을 위해 개입해선 안 된다. 민심은 물론 당심도 더 이상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