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 때문에 집에 들어가기 전에 브레이크 댄스 한판씩 당기고 들어간다.”
24일 X(구 트위터)에는 러브버그로 알려진 붉은등우단털파리(이후 러브버그)가 확산하면서 불편을 호소하는 이용자들의 반응이 많았습니다. 시민과학플랫폼 ‘네이처링’에 올라온 붉은등우단털파리 관찰 기록은 지난 2~8일에 3건에서 지난 9~15일에는 19건, 지난 16~22일에는 61건으로 늘었습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지모씨(29)는 “길을 가다가 러브버그가 얼굴로 돌진하기도 했다”며 “살충제를 뿌려두고 자면 창문 2개 문틀마다 각각 사체가 50구가 넘게 쌓인다”고 했습니다.
올해 대발생의 양상은 어땠는지, 언제쯤 끝날 수 있을지 신승관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에게 물었습니다. 신 교수 연구진은 러브버그 관련 현장 연구와 유전체 분석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박 연구관은 러브버그 뿐 아니라 대벌레 등 ‘환경문제 생물종’ 연구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두 전문가는 ‘러브버그 대발생’은 오는 주말인 29~30일이 지나면 안정화될 것으로 봤습니다.
언제까지 봐야 하나?
러브버그의 수명을 알면 ‘대유행’ 기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러브버그 성체는 보통 1주일 정도, 길어도 2주 정도 산다고 합니다. 신 교수는 “러브버그가 성체로 대발생하기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 됐으니 이번 주 혹은 다음 주 내에는 대발생이 거의 끝나고 드문드문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습니다.
비도 영향을 미칩니다. 비가 오면 러브버그는 일시적으로 적게 보인다고 합니다. 비가 오면 잘 날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해요. 성체가 된 러브버그도 비가 올 때는 낮은 나무의 나뭇잎 뒤에서 쉬다가, 날이 맑아지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오는 29~30일 내릴 것으로 예보된 비는 러브버그에게 ‘잠시만 안녕’이 아닌 ‘마지막 인사’일 수 있다고 합니다. 기상청 중기예보를 보면 29~30일 남부지방은 정체전선이 머물면서, 중부지방은 저기압이 지나가면서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박 연구관은 “몸체가 생각보다 약한 러브버그는 비가 세차게 오면 비행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어요.
올해 발생 양상은?
국립생물자원관이 관찰한 결과 올해 러브버그는 지난해와 발생 범위는 유사하지만 ‘발생 밀도’는 달라진 것 같다고 합니다. 애초 2년 전 ‘러브버그 대발생’의 시초였던 은평구·경기 고양시 일대에서는 예년보다 러브버그가 덜 발생했고, 서울 관악산·양천구 등에서는 지난해보다 개체 수가 급증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러브버그가 태어나는 지역 자체가 넓어진 것으로 해석합니다. 신 교수는 “지난해에는 봉산을 비롯한 주변 산에서만 러브버그가 태어나서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봤다”며 “올해 발생 양상을 보면 지난해 낳은 알이 서울 작은 산들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내년에는 어떨까요. 아직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러브버그가 무작정 확산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박 연구관은 “새들도 못 보던 벌레가 나오면 ‘먹이’로 인식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점점 참새, 까치가 러브버그를 잡아먹는 모습이 많이 관찰되고 있어서 생태계에서 개체 수 조절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