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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한 번씩 막걸리에 취하는 나무

청도 운문사 처진소나무

청도 운문사 처진소나무

해마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삼월삼짇날이면 막걸리에 거나하게 취하는 나무가 있다. 막걸리 열두 말(216ℓ)에 감로수 열두 말을 섞은 술을 마시는 이 나무는 경북 청도의 고찰 운문사 안마당에 서 있는 처진소나무다.

처진소나무는 소나무의 한 품종으로, 여느 소나무와 달리 나뭇가지를 아래로 축축 늘어뜨리는 특별한 생김새의 소나무를 가리키지만, 최근에는 소나무의 단순 변형으로 보고, 따로 구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1966년에는 ‘청도 운문사 처진소나무’라고 이름 붙였다.

‘청도 운문사 처진소나무’는 나무높이 9.4m, 가슴높이 줄기둘레 3.37m에 불과하지만, 땅으로 축축 처지며 사방 24m 너비로 고르게 퍼진 나뭇가지는 절집의 너른 안마당 전체를 가득 채울 듯 장엄하다. 다소곳이 나뭇가지를 늘어뜨린 이 나무는 특히 반원형의 수려한 생김새가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나무는 500년쯤 전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어느 큰스님이 이 절집에 머무르면서 자신의 지팡이를 꽂아둔 것이 자라난 것이라고도 하고, 시든 소나무 가지를 꺾어 심은 게 자란 나무라고도 하지만, 기록은 없고 구전된 이야기일 뿐이다. 이 나무는 운문사 전체가 불에 타 흔적도 없이 무너앉았던 임진왜란 때의 참화도 이겨내고 살아남았다고 한다.

절집 사람들의 정성을 안고 잘 자라던 나무였는데, 40년 전쯤 나무의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한 일이 있었다. 이때 스님들은 나무를 살리기 위해 온갖 묘안을 궁리하다 나무에게 막걸리를 대접하기로 했다. 막걸리로 나무에게 필요한 영양을 보충하자는 생각이었다. 스님들이 손수 담근 막걸리를 나무뿌리 주위에 정성스레 뿌려주자, 나무는 이내 건강을 회복했다고 한다. 막걸리 공양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되는 운문사의 주요 행사다.

막걸리가 실제로 나무의 생육에 얼마나 큰 효과를 미치는지를 따지기보다는 나무를 사람처럼 대하는 사람의 마음이 나무의 생김새 못지않게 아름답다는 게 나무 앞에서 먼저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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