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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칼럼]그 정당이 남긴 흔적

국회의원의 말은 차고 넘치도록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도배한다.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팬덤과 손가락질하며 욕하는 안티들이 그 말들을 씹고 뜯고 맛보면서 조회수가 오른다. 입법활동이 국회의원의 주요 임무라지만, 대형 이슈가 아니고서야 어떤 법안이 오르내리는지는 관심 밖이다. 발의 건수가 많다고 꼭 훌륭한 의원도 아니다. 자구 수정이나 정부 입법에 이름만 얹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정치자금 지출내역은 그나마 국회의원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일에 관심을 쏟는지 알 수 있는 조그만 단서다. 지난해부터 경향신문은 뉴스타파, 오마이뉴스와 함께 정치자금 지출내역을 분석하고 있다. 이미 임기가 끝난 21대 의원들의 자료다. 보통은 의원별로 큰 차이가 없다. 의원 차량 렌트비, 사무실 임차료, 공과금 지출내역만 즐비하다.

지출내역을 뒤적이다 유독 눈길이 머무는 의원이 있었다. ○○노조 농성장 방문 및 간담회, ○○○ 직업성 암 대책 촉구 간담회, ○○○ 임금체불 규탄 기자회견 및 간담회…. 흔히 간담회 비용은 동료 국회의원이나 교수, 전문가를 만나는 데 지출하지만 이 의원은 달랐다. 여수, 창원, 부산, 울산, 광주… 전국의 현장 노동자와 시민을 만났다. 21대 의정활동 전체에 가까운 지난 4년간 다과나 식사 간담회 건으로 분류된 지출 횟수만 688건인데 전체 국회의원 중 4위였다.

정당별로 보면 어떨까. 지난 4년간 이 의원이 속한 정당의 의원들은 1인당 평균 식사를 곁들인 간담회 횟수가 거대 양당의 두 배 가까이 많았지만, 1회당 지출 비용은 절반가량에 불과했다. 간담회의 1회 평균 비용이 8만6800원 정도였는데 더불어민주당은 회당 13만3600원, 국민의힘은 15만3700원을 썼다. 간담회 횟수는 민주당이 1인당 99회, 국민의힘이 121회인 반면, 이 당 의원들은 193차례나 됐다.

정책 관련 지출 차이도 선명했다. 이 당 의원들은 4년간 1인당 1636만원을 정책 개발이나 토론회 관련 비용으로 지출했다. 민주당이 199만원을, 국민의힘은 72만원을 쓴 것에 비하면 압도적인 차이다. 그러나 이 당 의원들은 자신을 홍보하는 데는 인색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4년간 문자메시지 발송 비용으로 1인당 4804만원, 3139만원씩을, 의정보고 관련 비용으로 4730만원, 2984만원씩을 쓸 때 이 정당의 의원들은 각각 1256만원, 2052만원을 썼다.

22대 국회가 열렸다. 앞서 언급한 이 정당의 국회의원은 이제 의사당에 한 명도 없다. 짐작했겠지만, 이 정당은 정의당이다. 선거가 끝나고 2.14%라는 숫자를 확인한 사람들은 정의당과 소속 국회의원에게 갖은 비판을 쏟아냈다. 그 평가를 일일이 여기서 다시 평가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 숫자를 보고 난 뒤, 쉽게 단정 짓듯 말하기는 더 어렵겠다 싶었다.

정치자금 지출내역이 국회의원의 전부를 보여주지는 못한다. 의원 개개인으로서는 더 훌륭한 활동을 펼친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거대 양당이 벌이는 정쟁, 혹은 적대적 공생관계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정책과 민생이라는 깃발을 단 작은 배를 몰고 헤쳐 나갔던 것이 한국의 진보정당 역사였고, 그 흔적은 지출내역에도 어렴풋이 남아 있었다. 이제는 그 배의 깃발조차 소용돌이 속으로 잠겨버렸다. 다시 그들의 지출내역을 들여다볼 날이 오길 기대한다.

황경상 데이터저널리즘팀장

황경상 데이터저널리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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