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25 날 날아온 오물풍선, 남북 국지전 방지 최우선해야

지난 24일 밤부터 25일 사이 북한에서 또다시 오물 풍선이 내려왔다. 며칠 전 탈북민 단체가 올려보낸 대북전단에 대한 북한의 대응으로, 풍선 100개 정도가 수도권에 떨어졌다. 내용물은 대부분 종잇조각이었다지만, 군경이 출동해 일일이 수거해야 했다. 지난달 말 이후 다섯번째다. 군은 오물 풍선 대응으로 전방부대 대북 확성기에 손을 갖다댄 상태다. 지난 9일 이후 북한군이 비무장지대(DMZ) 내 작업 도중 군사분계선을 넘어왔다가 한국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퇴각하는 일도 세 차례 반복됐다. 남북한 사이에 우발적 충돌이 벌어지지 않은 게 신기할 뿐이다.

마침 오물 풍선이 내려온 이날은 6·25전쟁이 시작된 지 74년 된 날이다. 그 전쟁이 끝나고 7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이산가족들은 고향 땅을 못 밟아보고 세상을 뜨고 있고, 비무장지대에 방치된 병사들의 시신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으며, 휴전선 철책은 장벽으로 바뀌고 있다. 네 번의 남북 정상선언을 포함해 여러 차례 남북 합의가 있었지만 지금 남은 건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이다. 핵개발에 따른 국제 제재로 고립된 북한은 최근 러시아와 냉전 시절 동맹을 부활하는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

여러모로 통일은 고사하고 평화조차 말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지금 상황은 김정은 정권이 신냉전 촉진을 통해 고립을 탈피하려 하고, 윤석열 정권이 이념외교에 함몰돼 강경한 대북정책을 펴온 탓이 크다. 물론 북한 핵문제 해결 전망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남쪽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

지금 차선은 남북한의 사소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라도 낮추는 것이다. 남북한의 전면전 가능성은 낮지만 오인이나 우발적 충돌에 의한 국지전 가능성은 있다. 남북한 공히 전쟁과 관련해 공세적이기보다 수세적이다. 다만 양측 다 국내 정치적 이유로 전쟁 위기를 고조시킬 수요는 존재한다. 그러한 유혹이 애초 들어설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야당과 시민의 몫이다.

언제까지 남북한 당국이 오물 풍선과 대북전단을 주우러 다녀야 하고, 군대에 자녀를 보낸 부모와 접경지 주민은 가슴을 졸여야 하는가. 적어도 그것을 하지 말자는 합의는 할 수 있고,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자제시키는 조치를 하고, 오인에 의한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소통채널 복원을 북한에 제안해야 한다.

25일 서울 성북구 석관동에서 북한이 날려보낸 오물 풍선의 낙하된 오염물을 처리하는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25일 서울 성북구 석관동에서 북한이 날려보낸 오물 풍선의 낙하된 오염물을 처리하는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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