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실패···탄두 개량하고, 대내외 메시지 노렸나

곽희양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를 장착한 새형의 중장거리 고체탄도 미사일 ‘화성포-16나’ 형의 첫 시험발사를 지난 2일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4월 3일 보도했다. 통신은 이날 신형 중장거리 고체연료 극초음속탄도미사일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를 장착한 새형의 중장거리 고체탄도 미사일 ‘화성포-16나’ 형의 첫 시험발사를 지난 2일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4월 3일 보도했다. 통신은 이날 신형 중장거리 고체연료 극초음속탄도미사일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26일 동해상으로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했으나 정상 비행에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다. 극초음속 미사일을 2021년부터 개발하고 있는 북한이 ‘탄두 개량’을 시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번 주 진행되는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와 한·미·일 군사훈련을 고려한 조치로도 풀이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오전 5시30분쯤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 1발은 250여km를 날아 원산 동쪽 해상에서 공중 폭발한 것으로 분석됐다. 추진체(엔진)에서 탄두가 분리되기 전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추진체의 고체연료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발사된 미사일에선 평소보다 많은 연기가 발생했다. 합참 관계자는 “연소가 제대로 안됐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합참은 해당 미사일이 극초음속 IRBM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올해 들어 고체연료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며 “이를 더 발전시키기 위한 시험을 하지 않았을까 추측한다”고 말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탄도미사일의 추진력을 이용해 높이 상승한 뒤 탄두가 추진체에서 분리돼 마하 5(시속 6120㎞)를 넘는 속도로 비행한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방향과 경로를 바꿔가며 비행하기 때문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등으로 추적·요격하기 어렵다.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은 아직 시험 단계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21년 1월 국방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핵심 5대 과업 중 하나로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의 개발”을 선언했다. 그해 9월 ‘화성-8형’이란 이름의 액체연료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어 이름을 붙이지 않은 액체연료 미사일을 2022년 1월 두 차례, 지난 1월 한 차례 발사했다. 지난 3월에는 지상에서 엔진 실험을 했고, 지난 4월 고체연료를 이용한 ‘화성포-16나’형을 발사했다.

이번 발사는 탄두 개량에 목적을 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월 시험발사 당시에는 극초음속 미사일의 탄두가 ‘원뿔형’이었지만, 지난 4월 발사에선 ‘활공형’으로 바뀌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성공했다고 주장한 지난 4월 활공형은 변칙·회피 기동에서 많이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며 “이번에 그 성능을 높이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의 대내·외 정치적 상황도 고려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6월말 상반기를 결산하는 성격의 당 전원회의를 앞두고 외교·군사적 성과를 극대화하려 한다”며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했기 때문에 군사적 성과로 고체연료 방식의 탄도미사일 개량을 내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이번주 진행되는 한·미·일의 첫 다영역훈련 ‘프리덤 에지(Freedom Edge)’에 대한 견제 메시지를 보내면서 북·러 조약 체결 이후 국제사회에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보여주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극초음속 미사일 비행 궤적과 북한의 시험 발사 일지. 경향신문 자료사진

극초음속 미사일 비행 궤적과 북한의 시험 발사 일지.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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