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나서 ‘시민토론회’ 열고 여론 수렴키로
시, “의회 의견 청취·시행계획 인가·내년 착공”
‘여론 수렴’ 요청에 아랑곳하지 않고 부산시가 아파트 850채를 건립하는 구덕운동장 재개발을 밀어붙이자 주민들이 사업철회와 공론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시민토론회를 개최하는 한편 난개발 지역 주민과 연대해 일방적 재개발 반대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구덕운동장 아파트 건립 반대 주민협의회는 27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비 7990억원 중 3379억원을 아파트와 오피스텔 건설비로 계획하고 이를 팔아 사업비의 97%를 회수하겠다는 계획이야말로 부동산 투자사업”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를 ‘도시재생사업’이라고 호도하는 부산시는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운동장과 공원은 건설사를 위한 것인지 시민을 위한 것인지 부산시는 답해달라”며 “부동산 투자신탁회사를 설립해 자금을 조달하고 구덕운동장 체육공원에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지어 돈을 갚겠다는 발상에 분노가 치솟는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투자사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한 뒤 “각 분야의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하는 공론화의 장을 마련하고 충분한 숙의 과정을 통해 구덕운동장의 미래를 투명하게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부산시의 일방적인 행정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임병률 주민협의회장은 “끊임없는 여론수렴 요청에도 (부산시는) 이를 거부하고 기습 공청회를 진행하고 사업 신청을 끝낸 뒤 사업설명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이어 “서구 주민이 마치 재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세력인 양 부산시가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7월 중 시민토론회를 열고 시민 여론을 수렴하고, 8월 이후에는 부산의 공공 난개발 지역과 연대해 재개발 반대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앞서 부산시는 부산 구덕운동장 도시재생혁신지구 공모 신청서를 최근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국토부가 주관하는 도시재생혁신지구 사업은 도시 재생 촉진을 위해 공공 주도로 쇠퇴지역 산업·주거·복지·행정 등 기능이 집적된 지역 거점을 조성하는 지구 단위 사업이다.
부산시는 2028년까지 사업비 7990억원을 투입해 구덕운동장 일대 7만㎡ 부지에 축구전용구장(1만5000석)을 비롯해 문화·생활체육시설과 상업·업무시설, 아파트·오피스텔을 지을 계획이다. 시는 지방의회 의견을 수렴해 사업계획을 수립한 뒤 12월 시행계획 인가를 받아 2025년 착공할 방침이다.
구덕운동장은 1928년 9월 공설운동장으로 건립된 후 오랜 기간 부산의 대표체육시설이었다. 이를 인정받아 2020년 부산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구덕야구장과 구덕체육관은 정비사업(2017~2018년)으로 철거됐고, 그 자리에 생활체육공원(1만2000㎡)과 공영주차장(246면)이 조성됐다. 생활체육공원에 테니스장·풋살장·게이트볼장·다목적 구장·농구장이 들어서고 산책로·그늘막·벤치 등으로 공원이 꾸며지면서 주민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부산시가 지난 2월 아파트 530가구(3개동·38층) 건립 등을 내용으로 하는 도시재생혁신지구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5월 850가구(4개동·49층)로 규모를 늘리자 주민반발이 커졌다. 지난 23일까지 서구 주민 10만5000명 가운데 1만7220명이 구덕운동장 아파트 건설 반대에 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