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대통령 “국민 목소리 경청…증세 법안에 거부권 행사”

선명수 기자

유혈 사태에 시위대 “사퇴를”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이 전국적인 반대 시위와 유혈 사태를 촉발한 증세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루토 대통령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케냐 국민의 커다란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면서 “나는 ‘재정법안 2024’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며, (법안은) 이후 철회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이 원하는 것은 세금 인상이 아닌 지출 감축으로, 당장 대통령실부터 앞장서겠다”며 “의회와 법원, 지방정부도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따라 재정법안은 루토 대통령이 서명하지 않는 이유를 담은 각서와 함께 의회로 송부되고, 의회에서 철회 결의안을 통과시키면 폐기된다.

전날 의회에서 가결된 이 법안은 27억달러(약 3조7000억원)의 세금을 추가 인상하는 대규모 증세를 골자로 한다. 당초 지난달 정부가 의회에 증세 법안을 제출할 때 포함된 빵에 대한 16%의 부가가치세를 비롯해 식물성 기름 소비세, 2.5% 자동차세, 현지 생산제품에 대한 환경 부담금 등은 반대 여론에 제외됐다. 그러나 이런 수정안으로 세수가 2000억실링(약 2조2000억원) 감소할 것이란 재무부 경고가 나오자 계란을 비롯한 기본 식료품과 전화·인터넷 사용료 인상은 제외하지 않았다. 여기에 연료 가격 및 수출세 인상 등이 추가되며 격한 반대 시위가 전국적으로 이어졌다. 전날 반대 시위에서 경찰 발포로 최소 23명이 사망하고 30명이 총상을 입는 등 유혈 사태로 이어졌다.

시위대는 대통령의 법안 철회 발표에도 “희생자들은 살아 돌아올 수 없다”며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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