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복만큼 수용도 중요…나이 드는 대로 의미 찾아야
“살림이 제대로 안 돼요. 일의 양은 예전의 절반도 안 되는데…. 엉망입니다. 늙어서 그래요.” 나이가 들면서 행동이 둔해져서인데, 일흔이 된 할머니로서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으신 모양이다.
그런 노인들과 예비 노인들의 심리를 이용해서, 노화(에이징)에 접미사 붙이기 놀이가 한창이다. 한동안은 ‘안티에이징’이 유행이었다. 덕분에 비타민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의학계에서는 유사 이래 가장 비싼 소변을 보는 시절이라는 말이 나온다. ‘웰에이징’은 보다 어감이 좋다. 잘 늙어보자는 것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은 아니니까. 그나마 ‘슬로에이징’은 좀 더 현실적이다. 좀 천천히 늙어보자는 취지다. 최근에는 ‘슈퍼에이징’까지 등장했다.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유지하고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해서 젊은 시절 못지않은 삶을 살아보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젊었을 때 삼각팬티 입고 빨간 망토 두르고 다녔어야 했다.
노화는 극복만큼이나 수용이 중요하다. 나이가 들면 드는 대로 인생의 과제와 책임이 존재한다. 발달심리학자 에릭슨은 성공적인 노년은 자아통합감(integrity)에 달려 있다고 했다. 한계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바람직한 노화의 핵심이라고 했다. 포도주나 인간이나 에이징을 잘할수록 가치를 더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