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 3일 만에 동의 5만명
‘김진표 회고록’ 이후 폭증
별다른 카드 없는 대통령실
국정 운영에 부담 될 듯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국민청원 참여자가 30일 70만명을 넘어섰다. 청원 동의 속도가 빨라 곧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이 4·10 총선 참패 후 국민들이 수용할 만한 국정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고 이태원 참사 관련 음모론 논란 등 악재까지 이어지자 탄핵 여론이 커지는 모양새다. 터부시됐던 대통령 탄핵이 공공연히 거론되는 상황은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에 이날 오후 9시30분 기준, 74만3468명이 동의했다. 청원자는 윤 대통령의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및 주가조작 의혹 등 5가지 법률 위반 혐의를 탄핵의 사유로 적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청원 동의는 지난 27일부터 급속도로 빨라졌다. 이 청원은 지난 20일 등록됐고 23일 요건인 5만명을 넘어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다시 사흘 뒤인 지난 27일 오전 8시 23만명을 넘어섰고, 이날엔 74만명을 넘었다. 지난 27일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회고록을 통해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히자 청원 동의에 가속도가 붙은 것으로 해석된다. 청원 동의를 기다리는 대기 인원이 꾸준히 1만명 이상이어서 청원 동의자는 조만간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탄핵 여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 탄핵 요구 국민청원을 거론하며 “불행한 사태를 피하려면 즉시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을 파면하고 불법적인 방송장악 쿠데타 시도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그간 정치권에선 대통령 탄핵이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4·10 총선을 거치며 민주당 일부 강성 의원이 탄핵을 언급하고, 조국혁신당이 “3년은 너무 길다” 등 탄핵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연이어 내놓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친윤석열 대 비윤석열 혹은 반윤석열’의 구도로 치열하게 치러지는 상황은 탄핵안 표결 처리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야당의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대응책으로 자체 특검법 발의를 제안한 한동훈 후보와 이를 비판하는 원희룡 후보 간 대결 구도는 내부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내에선 민주당이 탄핵안을 실제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추진은 하겠지만 역풍만 부르는 악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윤 대통령 탄핵 가능성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더 봐야 한다”며 거리를 뒀다.
탄핵이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이 쓸 수 있는 반전 카드는 잘 보이지 않는다. 국정 지지율 반등을 위한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대통령실은 탄핵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는 느껴지는데 정작 국정 운영의 변화는 별로 없다”며 “‘노무현 케이스’를 생각해 어차피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테고 역풍이 불면 동력을 찾으려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