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북토크의 견물생심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북토크의 견물생심

북토크와 출판기념회는 어감이 다르다. 전자가 아기자기한 만남의 자리라면 후자는 정치인이나 나이 지긋한 사람의 부대행사로 다가온다. 예전에는 둘 사이의 간격이 훨씬 가까웠던 모양이다. 본래 북토크는 출간을 축하할 겸 작가를 예우하는 행사였다고 들었다. 지금의 북토크는 출판사의 마케팅과 독자의 팬심이 조응하는 자리다. 작가는 ‘신간이 나왔습니다. 우리 애를 잘 부탁드립니다’ 하는 홍보대사 역할을 맡는다. 아이돌이 신곡을 발매하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과 유사하다. 양쪽 다 얼굴을 내밀고 존재를 알리고 호감을 심어줌으로써 자신의 활동을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에게 피력하고자 한다.

북토크에는 ‘토크’를 주고받을 상대방이 필요하다. 나는 북토크 진행자를 자주 맡는다. 예전부터 종종 SF 관련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했던 덕분인 듯하다. 6월에는 북토크에 4번 참석했다. 하나는 내 신간인 <아무튼, 보드게임>을 홍보하는 자리였지만 나머지 자리에서는 진행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작가로서든 진행자로서든 괜한 걱정을 했다. 오늘의 북토크는 홍보 효과가 얼마나 있을까?

그건 아마 출판사 마케터도 모르지 않을까. 과거에는 책을 홍보하고 싶으면 신문이나 라디오에 광고를 냈다. 지금은 SNS 이벤트나 사전독자 모집 등 방법이 훨씬 다변화되었다. 어떤 식으로든 운 좋게 입소문을 타면 책의 판매량이 훌쩍 뛴다. 그런데 좋은 책이라고 해서 언제나 입소문이 나지는 않는다. 책의 내용이나 구성과 별도로, ‘성공’은 예측하기 어려운 과정으로 이루어지곤 한다. 한 예로 정보라의 단편집 <저주토끼>는 부커상 번역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뒤로 명실공히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이러한 변화는 책이 출간된 지 5년이나 지나서야 나타났다. 아무리 홍보에 힘쓰더라도 과연 판매에 보탬이 될지는 미지수다. 그렇다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북토크는 화젯거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홍보에 기여하기는 한다. 대부분 온라인으로 참석자를 모집하기 때문에 북토크 소식만으로도 마케팅 효과가 난다. 추후 좋은 후기가 공유된다면 그것도 긍정적이다. 다만 장소를 대관하고 진행자를 섭외하려면 돈이 든다. 요즘은 현장 참석자 없이 온라인으로 라이브 영상을 송출하기도 하는데, 그래도 당연히 돈이 든다. 편집자와 마케터의 가외 노동까지 고려하면 과연 북토크가 득이 되긴 하는지 의문스럽다. 나는 북토크처럼 책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매우 좋아하고, 그런 자리가 더욱 늘어나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이 서늘하다. 혹시 주최자들의 자기만족에 불과하진 않을까.

그럴 때면 견물생심이라는 말을 애써 떠올린다. 북토크에는 ‘실물’이 있다. 작가는 독자 앞에 살아 있는 사람으로 생생하게 등장한다. 반대로 작가 입장에서는 자신의 책을 읽은, 심지어 좋아하기까지 하는 독자를 직접 만날 수 있다. 참석자들은 자신과 같은 책을 집은 다른 사람들의 존재를 확인한다. 여기에는 말없이 확인되는 은근한 연대감이 있다. 글로는 전부 표현되지 않는,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비로소 분명해지는 것들도 있다. ‘실물’에 대한 이런 감각은 책을 향한 욕심을 자극한다. 보통은 이를 애정이라고 부르겠지만.

심완선 SF평론가

심완선 SF평론가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아니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구독 취소하기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보기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