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쯤 귀국 앞두고 인사차 면담
‘중국 패배 베팅 후회’ 발언 질문엔 “…”
이번 이임 인사가 조태열 장관과의 첫 만남

이임을 앞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를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4일 이임 인사를 위해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만났다.
2020년 1월 주한 중국대사로 부인한 싱 대사는 최근 본국으로부터 귀국 명령을 받아 이임 준비를 하고 있으며 이달 중순쯤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싱 대사가 떠나면 당분간 팡쿤 주한 중국대사관 공사가 대사대리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에 따르면 싱 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조 장관과 면담했다. 조 장관은 싱 대사에게 “(1992년) 한·중 수교 협상에도 직접 참여했고, 지난 4년 반 동안 주한 대사로서 수고가 많았다”라며 “앞으로 어떤 위치에 있든 한·중 우호관계 증진을 위해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싱 대사는 “앞으로 어디서든 한국에서 느끼게 된 우정을 잘 간직하면서 한·중관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최근 화성에서 발생한 ‘아리셀 화재 참사’와 관련해 조 장관은 중국인 피해자들에 대한 깊은 위로를 다시 한번 표했고, 싱 대사는 한국 정부가 신경을 써준 것에 감사를 전달했다.
싱 대사는 약 30분에 걸친 면담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취재진과 만나 “한국 정부나 각계각층에서 많이 도와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라며 “(중국에) 돌아가도 무슨 일을 하든 계속해서 좋은 경험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중·한관계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중·한 양국은 이사갈 수 없는 이웃이고 또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며 “중·한관계의 가일층 발전을 기대한다”고도 했다.
싱 대사는 그간 활동하면서 후회되는 점을 묻는 말에는 답하지 않았다. 잘한 점을 두고는 “양국 관계를 잘 발전시키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다”라며 “한국에서 친구들도 많이 만들었고 영원히 그 정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싱 대사는 앞서 외교부 청사로 들어가기 전에는 이임 소감과 이른바 ‘베팅 발언’ 등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싱 대사는 지난해 6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미·중 패권 경쟁을 두고 “현재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반드시 후회한다”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외교부는 싱 대사를 초치해 “내정간섭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항의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국민께서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중국 측에 숙고해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전달했다”며 압박했다.
당시 일부에서는 싱 대사를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가 실제 기피인물로 지정되지는 않았으나, 이후 한국 정부 내에서는 싱 대사와의 접촉을 꺼리는 기류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태열 장관이 지난 1월 취임한 이후 싱 대사를 만난 것도 이번 이임 인사가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이 이번 싱 대사 이임에 영향을 끼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한·중은 지난 5월 한·중·일 정상회의와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고위급 소통·교류를 재가동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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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와 무관하게 중국 내 인사 상황에 따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싱 대사의 이임이 이례적인 건 아니라는 얘기다. 싱 대사는 4년 5개월 동안 대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기존 대사들의 임기는 보통 3~4년이었다. 또 싱 대사는 1964년 11월생으로 곧 정년(60세)을 맞는다.
보통 주한 외국대사는 이임을 앞두고 외교부 고위급을 인사차 예방한다. 싱하이밍 대사의 전임인 추궈홍 중국대사도 2019년 12월 이임 전에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 등을 만났다. 추 전 대사는 국회의장단과 각 정당의 대표 등도 만나 이임 인사를 했다. 당시 주한 중국대사관은 추 전 대사의 이임 리셉션도 개최했다. 리셉션에는 한국 정부 고위급 인사와 정계, 재계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