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건망증보다는 심한 기억 감퇴를 경험하지만 치매와는 달리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면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다. 특히 각종 노화·퇴행성 질환 발생률로 보면 비교적 젊은 나이로 볼 수 있는 50대에서도 경도인지장애는 나타날 수 있어 전문가들은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뇌의 인지능력에는 기억력과 언어능력, 계산능력, 집중력, 감정조절능력 등이 포함된다. 인지능력은 나이가 들면 젊은 시절에 비해 자연히 감퇴할 수 있다. 노화의 영향을 받는 기억력 중에서도 운전을 하는 것과 같이 몸으로 외우는 기억은 비교적 잘 유지되는 반면, 개별 사건을 기억하는 능력은 보다 빠르게 줄어드는 차이가 나타나기도 한다. 다만 흔히 경험하는 건망증은 질병이라고 하기에는 그 정도가 심하지 않아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이 없는 정도를 말한다. 단순한 건망증은 본인이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하려던 일을 깜빡했더라도 힌트를 주면 금방 기억해내는 특징을 보인다.
그에 비해 경도인지장애는 본인이 무언가를 하려 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린다는 점에서 건망증과는 다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기계 같은 복잡한 도구를 사용하는 동작을 할 때 불편을 느끼기도 한다. 또 불안, 짜증을 느끼기도 하며 치매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정신행동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단, 경도인지장애는 여러 방면에 걸쳐 인지능력이 떨어지긴 했어도 치매와는 달리 일상생활은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치매일 경우 타인이 인지할 수 있을 정도의 행동변화를 보이며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경도인지장애를 초기에 진단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치매로 진행하는 확률이 일반인보다 높기 때문이다. 인지장애를 겪지 않았을 경우 치매가 나타나는 비율이 매년 1~2%인 데 비해,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은 매년 10~20% 정도가 치매로 진행한다고 알려져 있다. 권경현 세란병원 신경과 과장은 “경도인지장애는 여러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데,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의 특징적인 양상들이 확인된다면 이후 치매로 진행될 확률이 더 높다”며 “환자의 인지기능을 평가하기 위한 자세한 면담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신경심리검사를 시행해 경도인지장애를 진단한다”고 설명했다.
경도인지장애를 진단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치매로 진행될 확률이 높긴 하지만, 모든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치매로 진행하지는 않는다. 정상적인 노화 상태로 돌아오기도 하며 경도인지장애 수준을 유지하기도 한다. 따라서 경도인지장애로 볼 수 있는 증상이 나타나면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고 인지능력을 유지할 수 있게 미리미리 대처하는 것이 좋다. 권경현 과장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혈관성 위험인자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며 규칙적인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