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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센타’의 탄생

“서울시는 혼분식을 이행하지 않은 업소 22개소를 적발, 3개월 영업정지 및 폐쇄 조치했다.”(경향신문 1971년 12월3일자)

1960~1970년대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식량 문제였다. 그 결과 혼·분식을 강제했다.

사실 쌀에 대한 한국인들의 집착은 오랜 세월 누적돼온 것이었다. ‘쌀밥에 고깃국’은 당시 남북 모두 사활을 건 선언이었다.

쌀을 대체할 밀가루의 등장은 파란만장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한반도는 원래 ‘밀가루 부족 지대’였다. 맛있는 국수를 만들 수 있는 재료였지만 생산이 부족했다. 일제의 한반도 강점은 우습게도 밀가루 염원을 해결해주었다. 일제 패망과 해방, 미국의 개입은 곧 식량원조를 이끌어냈고, 밀가루가 왕창 들어온 것이었다. 그러나 공급이 충분해지자 오히려 밀가루를 경원시하는 문화도 생겨났다.

“한국인은 밥심”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소비 강제는 반발을 불러왔다. 그러자 정부는 밀가루 소비를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공권력을 동원했다. 밀가루에 관한 많은 산업활동에 세금혜택을 줬다. 한국인은 더 많은 밀가루 음식을 먹게 됐다.

‘분식센타’라는 조어도 생겨났다. 떡볶이와 칼국수, 만두, 빵을 파는 간이식당이었다. 1971년 1월 내무부 장관 김현옥 명의로 “분식센타는 반식(밥)을 팔지 못한다”고 고시했다. 양식당(경양식집)도 밥을 못 팔게 했다. 단, 카레라이스 등에는 쌀을 쓰되 보리나 인조미를 20% 이상 섞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분식센타, 즉 분식집은 현대사의 흐름에서 뜻하지 않게 생겨났지만 우리 음식 문화를 풍성하게 했다. 화교들이 독점하던 중국식 물만두, 군만두, 찐만두를 시도했고 건면을 이용한 수많은 메뉴를 탄생시켰다. 비빔국수, 잔치국수에 값싼 냉면이 퍼져나간 것도 분식센타를 통해서였다. 국민 간식인 떡볶이 보급도 노점과 함께 분식센타가 맡았다.

1970년대 통일벼의 성공으로 쌀 생산이 늘자 강제 분식은 흐지부지되었다. 분식센타는 종합 식당으로 변모를 꾀하게 된다. 처음에는 소박(?)하게 김치찌개, 된장찌개로 시작했다가 대히트작을 잇달아 내놓는다. 바로 덮밥과 김밥이었다. 오징어를 볶아서 간편하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덮밥으로 인기를 끌었고, 1980년대 들어 돼지삼겹살의 유행과 함께 값싼 다리살이 흔해지자 제육덮밥까지 만들어낸다. 한식당에서도 이런 덮밥을 팔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분식집은 더 싼 값으로 시장을 파고들었다. 여기에 어머니의 고유 영역이었던 김밥까지 만들어 팔면서 분식집의 생존능력을 키워왔다. 김밥을 내세운 프랜차이즈가 어마어마하게 많은 것도 흥미롭다.

분식집은 한국 음식사에서 가장 별난 존재였다. 쌀 사용 금지라는 억지춘향으로 시작한 것이 가장 대중적인 인기 가게가 됐다. 분식집은 ‘이모님’ 손맛으로 지탱해온 업종이었다. 그들이 퇴장하고 이제 청년이 그 자리에 들어서고 있다는 게 업계의 소식이다. 어쨌든 분식집은 영원할 모양이다.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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