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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폐지론과 패닉바잉 그리고 ‘악어의 눈물’

2022년 1월24일 한겨울, 경기 성남의 상대원시장 골목이 한 중년 남성의 뜨거운 눈물로 달궈졌다. 유튜브 생중계로 보던 이의 눈시울마저 붉어질 뻔했다. 그렇다. 이재명 대선 후보에겐 서민 심금을 울리는 무언가가 분명 있었다. 선거 막판 구구절절한 연설에 완전 ‘잼며든’ 많은 이들이 지지자가 됐다.

“여덟 가족이 반지하방 한곳에서 살았습니다. 이 골목에서 아버지의 리어카를 밀면서, 학교 가는 여학생들을 피해서 저 구석으로 숨었습니다. (중략) 제가 하는 모든 일은 우리 서민들의 삶과 이재명의 참혹한 삶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흉금을 터놓은 말은 안타깝게도 시장통을 넘지 못했다. 결과는 우리가 아는 대로다. 왜 그랬을까. 결국 그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되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서민을 앞세워 총선에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이 느닷없이 종합부동산세를 없애자는 얘기를 내놓고 했다. 무슨 자신감일까, 어떤 복안이 있을까, 벌써 대선 주판을 튕기는 걸까.

문재인 정부 때 한 달이 멀다 하고 내놓던 대책에도 집값이 더 뛰자 사람들은 마침내 합리적 의심에 가닿았다. ‘못 잡는 게 아니라, 안 잡는 거 아니냐?’ 그 근거는 바로 세수다. 2017년 59조원대이던 부동산 관련 세수가 2021년 108조원을 넘었다. 거래세인 취득·등록세와 양도소득세가 각각 33조7000억원, 36조7000억원이나 됐다. 종부세액은 1조6900억원에서 7조2700억원으로 뛰었다.

얼핏 보면 누이 좋고, 매부 좋고다. 집주인은 집값 올라 좋고, 건설사와 금융사는 수조원대 이익 따박따박 챙겨 좋고, 정부는 곳간 가득 채워 좋고…. 무주택 서민들만 눈감아주면 모두 해피엔딩 같다. 게다가 이렇게 거둔 세금은 서민들에게 쓰겠다면 아무 문제 없는 건가. 그런데 집을 가진 사람들은 그냥 기분 좋다가 말았다. 정신 차리고 보니 보유세를 많이 낸 거 빼곤 나아진 게 없다. 이렇게 말한 이들도 많다. “우리가 언제 집값 올려달라고 한 적 있냐. 가만히 있는 집값을 들쑤셔 놓고선 팔지도 않았는데 세금만 더 내라니.”

국토는 본디 모두 공유재산이고 그 위에 강남 같은 노른자위에 자가가 있으면 ‘품위 유지비’로 세금은 더 내는 게 맞다는 논리는 헨리 조지(1839~1897) 신봉자들에겐 바람직한 얘기다. 그러나 필부들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경제철학이다. 종부세가 절대선일 수는 없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을!’이란 조세 원칙에도 비켜나 있다.

기어코 종부세를 손대려거든 이참에 ‘보편증세’ 같은 큰 그림이라도 내놓고 떠들어야 체면이라도 서지 않겠나. 그래, 이 정부에서 너덜너덜해진 종부세, 까짓것 없앨 수도 있다고 치자. 대신 거래세, 특히 양도세를 대폭 강화하자고 하라. 집값 상승액 중 물가, 이자비용 등을 제한 뒤 상당수 세금으로 거둔다고 해보자. 그럼 투기를 할 메리트가 사라진다.

지난 대선 패배의 본질은 초밥도, 대장동도 아니다. 큰 뿌리는 부동산 정책 실패에 있다. 그런데 총선에 압승하고 흘린 게 종부세 폐지론이라니…. 종부세 세수가 지방균형발전용 재원이란 건 알고 있을까.

정부·여당과 민주당의 행태를 보면 부동산 ‘패닉바잉’을 부추기는 꼴이다. 눈치 없이 이놈 저놈이 멍석을 깔아대니, 벌써 시장은 들썩인다. 자고 나면 도처에 매매 호가가 오른다는 소리다. 지난 정부 때 낯익은 장면이다. 이런 와중에 윤석열 정부가 ‘스트레스 DSR’ 같은 규제까지 미루는 등 시장친화적으로 나서자, 기름을 끼얹었다. 가계대출은 6월에만 5조원 넘게 급증했다.

세입이 64조원 이상(관리재정수지) 펑크난 처지다. 윤석열 정부도 부동산 세수 확충 유혹에 빠진 건 아닐까. 미국발 금리 인하까지 단행될 경우 부동산 쇼핑을 더 부채질할 공산이 크다.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저출생 기록 행진의 핵심 이유가 높은 집값이다.

이런 판국에 민주당이 뭘 어쩌겠다고? 상대원시장에서 내보인 것이 ‘악어의 눈물’이 아닌지 입증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악어는 입을 움직이는 신경과 눈물샘 신경이 같아서 먹이를 삼키기 좋게 하는 과정에 ‘눈물’이 나온다고 한다. 민주당도 실은 눈앞의 ‘먹이’에 더 신경을 쓰는 게 아니길 바란다.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 때 부동산 실정을 참회하고, 해법을 보여줘야 마땅하다. 단지 우리의 뜻은 순수했는데, 세상이 몰라준다거나 때를 잘못 만난 것일 뿐이라며 구렁이 담 넘듯 해선 안된다.

구중심처에 어떤 분들처럼 자리를 꿰차는 것 자체가 목적 같은 이가 설치는 한, 그 어떤 조직에도 나은 내일은 없다.

전병역 경제에디터

전병역 경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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