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도심 무지갯빛으로 물들인 첫 퀴어축제…맞불 집회에도 충돌없이 끝나

이종섭 기자
지난 6일 대전에서 열린 제1회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대전역 앞을 행진하고 있다. 이종섭 기자

지난 6일 대전에서 열린 제1회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대전역 앞을 행진하고 있다. 이종섭 기자

지난 6일 오후 대전 중앙로에 무지개색의 대형 현수막을 따라 긴 행렬이 이어졌다. 무지갯빛 의상, 얼굴과 팔에 그려진 무지개색 페인팅으로 정체성을 드러낸 성소수자들과 깃발을 손에 든 시민들이 대열에 함께 했다. 행진 대열에서 만난 레즈비언 커플은 “그동안 주변에 알리지 않았던 우리의 정체성을 마음껏 드러내고 동질감과 해방감을 맛본 시간이었다”며 미소를 보였다.

대전에서 처음 열린 퀴어문화축제가 별다른 마찰 없이 마무리됐다. 축제 개최에 반대하는 보수단체들이 인근에서 맞불 집회 성격의 대규모 행사를 열고 일부 보수단체 회원 등이 퍼레이드를 막아서며 한때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경찰의 질서유지로 직접적인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성소수자단체를 비롯한 대전지역 34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대전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이날 대전역 인근 동구 소제동 전통나래관 앞 도로에서 ‘사랑이쥬-우리 여기있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제1회 대전퀴어문화축제를 열었다. 대전뿐 아니라 충청권에서는 처음 열린 퀴어축제였다. 행사에는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성소수자 모임과 단체가 함께 했다. 대전지역 시민사회와 종교계, 진보정당들도 행사장에 부스를 마련해 성소수자들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뜻을 표시했다.

대전 동구 소제동 전통나래관 앞 도로에서 지난 6일 제1회 대전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이종섭 기자

대전 동구 소제동 전통나래관 앞 도로에서 지난 6일 제1회 대전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이종섭 기자

축제에 참가한 충북대 성소수자 동아리 회원은 “충북에서는 게릴라식 소규모 행사가 열린 적은 있지만 대규모 퀴어축제는 아직까지 열리지 못했다”며 “인근 대전에서 퀴어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의 존재를 가시화하기 위해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행사에 함께한 홍정선 성소수자부모모임 대표는 “퀴어축제는 성소수자가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사회적 편견과 시선을 바꿔나가기 위한 행사”라며 “대전에서 처음 열린 퀴어축제가 이곳에 존재하는 성소수자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우리와 같이 주변에 함께하는 이들이 있음을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날 축제 참가자들은 5시간 가량 진행된 행사를 마치고 대전역을 지나 옛 충남도청을 경유해 대흥공원에 이르기까지 2.7㎞ 구간을 행진했다. 출발 전 보수단체 회원 등 수십명이 행진을 가로막고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으나, 경찰이 신속히 해산 조치에 나서면서 큰 충돌 없이 행사는 마무리됐다. 지난해 대구퀴어문화축제에서 물리적 충돌 상황이 벌어졌던 터라 경찰은 이날 경력 1200여명을 현장에 투입해 질서유지에 나섰다.

지난 6일 제1회 대전퀴어문화축제가 열린  대전 동구 소제동 전통나래관 인근 도로에서 보수단체 회원 등 수십명이 행진을 가로막으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종섭 기자

지난 6일 제1회 대전퀴어문화축제가 열린 대전 동구 소제동 전통나래관 인근 도로에서 보수단체 회원 등 수십명이 행진을 가로막으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종섭 기자

퀴어축제가 마무리될 무렵 인근에서는 퍼스트코리아시민연대와 건강한대전을만들어가는범시민연대 등 70여개 보수 성향 단체가 주최하는 ‘건강한 가족 시민대회’가 개최됐다. 이들은 퀴어축제를 ‘음란하고 유해한 집회’라고 규정하며 “반사회적인 성혁명과 성오염 교육, 공공장소에서의 퀴어 행사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역시 행사를 마치고 퀴어축제 반대 구호 등을 외치며 도심을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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