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자유·실용적 외교 원하는 이란인들의 희망”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에서 예상 밖 승리를 거둔 마수드 페제시키안(70)은 의사 출신의 ‘온건 개혁파’ 정치인이다.
페제시키안은 태생부터 이란 사회 비주류였다. 1954년 이란 북서부 마하바드 지방에서 소수민족인 아제르바이잔계 아버지와 쿠르드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군 복무 후 의대에 늦깎이로 입학해 심장외과 전문의가 됐으며 타브리즈 의대 총장까지 지냈다.
1980∼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에 나선 ‘참전 용사’이기도 하다. 1997년 개혁파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 시절 보건부 차관으로 발탁되며 정치권에 입문했다. 이어 2001~2005년 보건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후 2008년 타브리즈 지역구에 출마해 의회에 입성한 뒤 내리 5선을 했다.
페제시키안은 2013년 처음 대권 도전 의사를 밝혔으나, 온건·개혁파의 ‘거두’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의 출마 소식에 후보 등록 신청을 취소했다. 2021년 대선 때는 헌법수호위원회의 후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장관까지 지낸 다선 의원이나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정치인은 아니었다. 지난달 이란 헌법수호위원회가 대선 후보 6명을 최종 승인했을 때만 해도 후보 중 유일하게 개혁 성향인 페제시키안을 두고 ‘구색 맞추기’라는 평가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페제시키안의 대표적 선거 공약은 히잡 강제 착용 반대 및 단속 완화, 이란 핵 합의(JCPOA)를 포함한 서방과의 대화 복원과 이를 통한 경제난 해소였다.
페제시키안은 이전부터 이란 보수 정권에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그는 2009년 대선 이후 일어난 부정선거 항의 시위에 정부가 강경 대응하자 “사람들을 야생 동물처럼 대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2022년엔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사건으로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일자 독립 조직을 꾸려 진상을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사회적 자유에 대한 제약은 줄이고, 외교 정책은 보다 실용 노선을 추구하는 수백만 이란인들의 희망”이라고 페제시키안을 평가했다.
다만 이란 내 실질적 일인자인 하메네이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내놓지 않는 모습이어서 개혁 움직임에 스스로 제동을 걸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AP통신은 ‘히잡 시위’ 당시 페제스키안이 정권 비판과 함께 “최고지도자를 모욕하는 사람은 분노와 증오 외에 아무것도 만들지 못한다”고 말한 일을 거론하며 “변화를 추구하지만, 하메네이 감독 체제에 근본적으로 도전하지 않는, 신정국가 내 개혁적 정치인이라는 이중성”이라고 평가했다.
슬하에는 두 아들과 딸이 있다. 그는 1994년 자동차 사고로 아내와 어린 아들을 잃은 뒤 재혼하지 않고 남은 자녀들을 홀로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