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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수 하사가 대전현충원으로 가던 날

지난 6월24일 고 변희수 하사가 대전현충원에 안장되었다. 순직 결정이 되기만을 간절히 기다렸는데, 막상 그 순간을 마주하게 되니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감정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성별정체성을 떠나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던 변 하사의 바람대로 대전현충원에 군인의 신분으로 영원한 안식을 할 수 있어 다행스럽기도 하다.

서울에서 대전으로 이동하기 위해 20명 남짓한 참여자들이 아침 일찍 광화문광장으로 모였다. 각기 다른 이유로 변 하사와 인연이 있던 사람들은 이별할 준비를 했고, 그녀의 영정 앞에 놓일 국화꽃도 함께 떠날 채비를 마쳤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청주 목련원이었다. 변 하사는 이곳에서 세상을 떠난 후 3년3개월 동안 안치되어 있었다. 언젠가 순직 결정이 되어 이장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사진도 없었고, 처음 작성된 기일 날짜도 수정하지 않았었다. 오후 1시가 지나자, 변 하사의 유골함이 아버지 품에 안겼고, 군복을 입은 변 하사는 영정 속에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곳과 이별을 하고 계룡대 육군본부로 향했다.

참여자들에게 미리 준비한 국화꽃과 육군본부를 규탄한다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나눠줬다. 평소 인적이 드문 이곳에 변 하사가 온다는 소식에 기자와 경찰들만 가득했다.

국방부가 순직 결정을 내리기 전 권한을 가지고 있던 육군은 2022년 12월, 그녀의 죽음이 공무와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순직이 아닌 일반사망으로 결정하였다. 그 결과 다시 1년 넘게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했다. 맨 앞 열에는 변 하사의 영정과 영현이 자리했고, 참여자들이 뒤따랐다. 10분 남짓 노제를 지내는 동안 육군본부 정문 앞에 잠시 멈춰 서서 그녀의 죽음에 대한 책임과 사과를 요구하는 구호를 목청껏 외쳤다.

대전현충원 안장식장 앞은 전국 각지에서 온 추모객들로 가득했다. 많은 이들이 성소수자 군인으로는 처음으로 대전현충원에 온 변 하사의 모습을 눈으로 담고 싶었을 것이다. 안장식 순서에 따라 묵념과 헌화를 하고, 추모사가 이어졌다. 억울한 죽음 앞에 슬픔은 모두의 몫이었다. 누군가는 눈물을 훔쳤고 고인의 명복을 비는 추모객들의 간절한 마음이 모인 시간이었다. 추모객에게 유가족의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을 끝으로 안장식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변 하사가 남긴 과제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혼자만의 싸움으론 안 될지 몰라도 누군가가 나와야 인권 신장이 되고, 그래야 트랜스젠더들도 차별받지 않고 살 수 있다”는 변 하사의 바람처럼, 트랜스젠더들이 의료·노동·주거·교육 등 모든 영역에서 평등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이젠 우리가 변희수의 동료가 되어 그녀의 용기를 이어갔으면 좋겠다.

정민석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 대표

정민석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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