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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늙은, 고찰의 배롱나무 한 쌍

영동 반야사 배롱나무

영동 반야사 배롱나무

여름, 배롱나무의 계절이다. 따뜻한 기후를 좋아해서 주로 남부지방에서 볼 수 있었지만, 변화하는 기후 탓에 요즘은 중부지방에서도 너끈히 키우는 나무다. 여름의 백일 동안 붉은 꽃을 피운다 하여 ‘백일홍나무’라고 부르다가 변성된 ‘배롱나무’라는 우리말 이름도 살갑다.

주름투성이로 피어나는 꽃송이가 화려하지만, 갈색 바탕에 곱게 번진 얼룩무늬의 매끈한 줄기 또한 아름답다. 그리 높게 자라지 않고 나뭇가지를 수평으로 넓게 펼치는 나무여서 정원 조경수로 적당하다. 특히 꽃이나 줄기 표면에 드러나는 화려함은 한옥 건물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오래전부터 선비의 정원이나 절집 마당에서 많이 심어 키운 이유다.

‘영동 반야사 배롱나무’가 그런 나무다. 충북 영동군 황간면의 반야사는 신라 때 의상대사의 제자인 상원이 창건한 고찰로, 이 절집의 극락전 앞에 서 있는 한 쌍의 배롱나무는 나무나이가 500년쯤 된다.

이즈음 반야사는 조선 세조의 허가를 받아 중창에 착수했다. 반야사의 불사는 피부병으로 고생하던 세조가 이 절집을 찾은 데서 비롯됐다. 이때 한 아이가 세조를 샘으로 이끌어 목욕을 권한 뒤 사자를 타고 하늘로 사라졌다고 한다. 아이가 바로 문수보살이었다.

문수보살의 인도로 피부병을 완화할 수 있었던 세조는 자연스레 반야사를 각별히 배려해 중창불사를 허가했다. 1464년의 일이다. ‘영동 반야사 배롱나무’ 한 쌍은 이때의 중수 과정에서 극락전의 풍광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심은 나무로 짐작된다.

나무높이 8m쯤 되는 그리 큰 나무가 아니지만, 나뭇가지를 사방으로 제가끔 7~8m씩 펼친 수형이 여간 근사한 게 아니다. 훼손 부위 없이 건강한 배롱나무 바로 앞에는 2003년 국가보물로 지정된 ‘영동 반야사 삼층석탑’이 있다.

오래된 석탑과 곱게 늙은 전각 사이의 빈 공간을 한가득 채우는 배롱나무의 붉은 꽃과 신비로울 만큼 기묘하게 펼친 나뭇가지가 지어내는 조형미는 이 여름에 찾아볼 몇 안 되는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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