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슬 감독은 생성형 AI로 제작한 판타지 호러 영화 <원 모어 펌킨>으로 제1회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권한슬 감독은 한국 AI(인공지능) 영화의 선두주자다. 권 감독이 생성형 AI로 제작한 판타지 호러 영화 <원 모어 펌킨>은 지난 2월 제1회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200년을 생존한 노인 부부의 이야기다. 부부를 비롯해 해골 얼굴의 저승사자, 귀신들린 호박 등 캐릭터들이 AI를 통해 탄생했다.
지난 5일 경기 부천시 부천아트센터에서 만난 권 감독은 “영화는 무성에서 유성으로, 필름에서 디지털로 기술과 함께 발전한 예술”이라며 “어차피 AI를 막을 수 없다면 AI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죠. 필름을 고집하던 사람들은 디지털 영화 시대가 오면서 밀려났잖아요. ‘컴퓨터그래픽(CG)이 영화냐’는 시절도 있었어요. AI를 거부하면 밀려날 수밖에 없어요.”
<원 모어 펌킨>은 권 감독이 AI로 제작한 첫 작품이다. 좌절의 경험이 AI의 활용으로 이어졌다. 2022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창작지원사업 공모에서 <마법소녀 신나라>라는 판타지 시나리오가 선정됐다. 권 감독은 8부작 드라마로 제작하고 싶어 여러 제작사와 만났지만 ‘신인 감독에게 제작비가 많이 드는 판타지를 맡기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내 시나리오를 내 영화로 만들고 싶어서 열심히 살았는데 ‘현타’를 느꼈어요. 제작비에 구애받지 않고 영화를 만들 방법을 찾다 ‘AI에 미래가 있겠다’고 생각했죠. 돈 한 푼 안 들이고 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어요.”
권한슬 감독은 생성형 AI로 제작한 판타지 호러 영화 <원 모어 펌킨>으로 제1회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권 감독이 <원 모어 펌킨>을 제작한 지난해에는 AI의 성능이 현재보다 떨어졌다. AI가 장면을 자연스럽게 구현하지 못해 캐릭터들의 표정이 기괴하게 흐물거렸다. 이렇게 AI가 오류를 일으킨 장면도 호러 영화에 잘 맞는다고 판단해 의도적으로 사용했다. 권 감독은 “불과 1년 만에 AI가 너무 빠르게 발전해 이제는 그런 이미지를 만들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지금도 AI ‘소라’가 만든 영상은 뭐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거든요. 3년 뒤에는 어떤 AI가 나올지 상상조차 안 돼요. 1년 전 제가 AI로 영화 만든다고 했을 때는 영화계 선배님들도 ‘그게 되겠냐’는 반응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분들이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어보기도 하세요.”
권 감독은 지난해 AI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타트업 ‘스튜디오 프리윌루전’을 창업했다. 처음 3명이었던 직원이 1년 만에 11명으로 늘었다. 현존하는 모든 AI 서비스를 정리해 소개하는 플랫폼 ‘AI-Kive’도 운영한다. 권 감독은 “기술은 어느날 갑자기 들어오기 때문에 미리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며 “AI에 어울리는 거대한 스케일의 장편영화 제작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한슬 감독은 생성형 AI로 제작한 판타지 호러 영화 <원 모어 펌킨>으로 제1회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