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참패한 대선 첫 TV토론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을 우려하는 경고음이 세계 각지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도 비상한 각오로 트럼프 2기 출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주한미군 철수와 연계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대미 무역흑자를 겨냥한 통상 압박, 기업들의 투자 환경에 리스크로 작용할 급격한 에너지 정책 전환 등 위험요인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트럼프가 재집권하든 아니면 바이든(민주당) 정부가 4년 더 연장되든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덜한 분야가 있다. 바로 대중국 정책이다. 첨단기술을 위시한 미국의 고강도 견제는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 등 동맹국들은 미·중 긴장의 파고에 수시로 맞닥뜨릴 것이다.
최근 공화·민주 진영이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서 벌인 중국 정책 관련 지상 논쟁을 봐도 둘 다 추구하는 바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확인된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매슈 포틴저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공화당 인사도 충돌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꼽는다. 고위급 외교를 지속해 경쟁을 관리해야 한다는 민주당 쪽도 미국이 경제·군사적 우위를 되찾아 중국을 압도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중국산 수입품에 60% 관세, 모든 수입품에 10% 보편관세 부과’와 같은 트럼프의 과격한 공약이 실행될 경우 미·중관계와 글로벌 경제에 엄청난 충격파를 초래할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 역시 반도체·전기차·배터리·태양전지 등 핵심 부문에서 기존에 트럼프가 부과한 대중 관세율을 더욱 끌어올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는 미 행정부 교체와 상관없이 대중국 강경 기조가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연속성을 지니고 유지될 것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관련 논의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중국 견제에 대한 워싱턴 정가의 초당적 지지는 그동안의 대중 관여 노력에 대한 반성 위에 기초하고 있다”고 짚었다. 미국이 2010년대 중반까지 약 20년간 중국을 책임 있는 국제 행위자로 견인하겠다며 대화·압박을 병행했는데, 더는 이런 접근이 유효하지 않고 애당초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식의 근본적 성찰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사실 미 의회에서 벌어지는 ‘중국 때리기’ 경쟁에는 국내 정치적 동기도 다분히 자리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의회에서 발의된 중국 견제 관련 법안은 616건(퀸시연구소 추산)에 달했지만, 대다수는 해당 상임위 내 법안 심사 절차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중국을 보는 미국의 인식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또한 민주·공화 양당 모두 미국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방위적 중국 견제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미국 민주주의가 지닌 취약성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도 휘청이지만, 적어도 미국 정치권은 ‘결정적 도전’으로 규정한 문제 앞에선 단결하고 있다.
어느 쪽이 백악관의 주인이 되든 미국은 반도체 기술통제, 과잉생산, 대만·남중국해 등 첨예한 사안마다 한국에 동맹 공조라는 이름으로 미국의 편에 서서 더 많은 ‘역할 분담’을 하도록 압박할 것이다. 과연 그런 상황에서 한국 정치권은 단합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