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지역에 장맛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10일 서울 하늘이 맑고 푸르렀다. 남산 N서울타워에 올랐다. 인왕산 너머로 북한 개풍군 송악산의 모습이 보이고, 63빌딩 너머로 인천 앞바다가 보일 정도로 시계가 좋았다. 사방을 둘러봐도 푸르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푸른 서울의 모습을 보며 연신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모처럼 쾌청한 서울 하늘에 가슴이 확 트였지만, 간밤에 내린 집중호우로 전국 곳곳에 큰 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지난 9일 밤부터 10일 새벽 사이 충청·호남·경상 권역에서 100∼200년에 한 번 발생할 집중호우가 내렸다. 전북 군산시 어청도에 ‘1시간 동안 146㎜’라는 기록적인 호우가 쏟아졌다. 기상청 관측기록을 보면 1시간에 140㎜가 넘는 비가 쏟아진 사례는 1998년 7월 31일 전남 순천시 주암면에 1시간 동안 145㎜ 비가 온 것이 유일했다. 반면 같은 시간대에 수도권 북부와 전남 남해안, 제주엔 비 한 방울 안 내린 지역도 있었다. 남북으로 길이가 최대 500㎞ 정도밖에 안 되는 나라에서 ‘극과 극’의 날씨가 나타난 셈이다. 기후변화로 앞으로 이런 현상이 늘어날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을 것 같다.
전날 쏟아진 폭우로 인한 피해가 미처 가시지 않은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계속되는 도깨비 장마는 언제쯤 끝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