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모자의 난’ 매듭짓나···장남 측 “가족 간 분쟁 종식” 선언

남지원 기자
지난 3월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제51기 정기 주주총회. 연합뉴스

지난 3월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제51기 정기 주주총회. 연합뉴스

모친과 경영권 다툼을 벌여온 한미약품그룹 총수 일가의 장남이 가족 간 분쟁 종식을 선언했다.

창업주 고 임성기 전 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측은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한미약품의 가족 간 불협화음이 극적으로 봉합됐다”며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중심으로 6개월 이상 지속됐던 가족 간 분쟁이 종식됐다”고 밝혔다.

앞서 한미약품은 올해 1월 창업주의 부인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이 OCI그룹과의 통합을 발표하고,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가 이에 반대하면서 경영권 분쟁에 들어갔다. 창업주의 고향 후배이자 한미약품 개인 최대주주인 신 회장은 당시에는 형제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최근 신 회장이 모녀 측 지분 6.5%를 1644억원에 매입하면서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을 체결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언하며 상황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임종윤 이사 측은 신 회장의 중재에 따른 가족 간 화합으로 신 회장과 송 회장, 삼남매가 ‘단일 경영권 집단’을 구성하며 51% 과반 지분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 이사 측은 “신 회장이 창업주 가족들을 여러 차례 만나 한미약품의 조속한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며 “신 회장의 중재로 3자(모녀·형제·신 회장)가 힘을 합치는 데 합의함에 따라 밸런스 있는 경영집단체제가 구축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회장이 “송 회장이 회사 발전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며 “두 형제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책임경영과 전문경영, 정도경영을 하이브리드 형태로 융합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문경영인을 선임하면서도 오너 일가인 형제 측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자료에 따르면 신 회장은 모녀 측 지분을 매입한 이유에 대해 “상속세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한편 한미약품을 지키기 위한 대승적 결단이었다”며 “상속세와 관련해서 대주주 전체 ‘오버행(잠재적 대량 매도)’ 이슈가 없도록 자체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해외 매각설에 대해서는 “일가 중 누구도 한미약품을 해외에 매각할 뜻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임종윤 이사 측은 이날 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와 핵심 사업회사 한미약품의 대표이사 선임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는 창업주 차남 임종훈 사장이, 한미약품은 1993년 연구원으로 입사한 박재현 사장이 각각 대표를 맡고 있다. 실제 가족 간 분쟁이 끝날지 여부도 지켜봐야 알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미약품 측은 “배포된 자료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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