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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망할 수밖에 없던 나라?

입력 2024.07.10 20:41

수정 2024.07.1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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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유시민 작가와 조수진 변호사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북스’를 보았다. 흥미로운 책을 한 권 선정해 그 내용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채널이다. 이번에는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의 최근작 <박태균의 이슈 한국사>를 소개했다. 책은 모두 10개 주제로 이루어졌는데 나는 4장 ‘식민지 근대화론: 우리 안의 역사 논쟁’이 흥미로웠다.

‘식민지 근대화론’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를 겪은 기간에 근대화되고 발전했다는 것이다. 이를 좀 연장하면 오늘날 한국은 식민지 경험 덕에 발전했고, 이 때문에 일본은 침략자지만 동시에 한국 근대화에 기여하기도 했단 결론에 이른다. 저자 박태균 교수는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내가 저자의 설명에 흥미를 느낀 데에는 두 가지 정도 이유가 있다. 하나는 저자가 식민지 근대화론에 비판적이기는 해도 여전히 그것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개인적 생각이라며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후에 조선이 과거와 단절하는 방식으로 한번 바뀌었어야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조선의 지배층과 성리학 근본주의가 더 강해진 채로 19세기 서양 근대와 만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조선이 식민지가 된 근본적 원인이었다는 함의를 가진다.

다른 하나는 저자의 조선시대에 대한 그런 인식이 오늘날 한국 지식인층에 널리 퍼져 있다는 점 때문이다. 저자와 대화를 이어가던 유시민 작가도 조선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후에 망했어야 한다고 공감을 표했다. 저자가 조선시대는 아니어도 한국사를 전공했고, 유시민 작가도 다방면에 높은 식견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한 사회가 장기적으로 어떻게 전개되고, 어떤 요소들이 그 전개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명료하고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런 전개가 그 사회 구성원이나 지배세력에 의해 모두 의도되거나 통제될 수 있었다고도 할 수 없다. 임진왜란(1592~1598)과 병자호란(1636·12~1637·1) 뒤 처음 즉위한 왕은 효종(재위 1649~1659)이다. 효종 때에 국가 정책이 여럿 추진되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누구보다 효종이 추진하려던 ‘북벌(北伐)’이고, 김육이 추진했던 ‘동전(銅錢) 유통’과 ‘대동법’이다. 세 가지 중에서 대동법만 성공했다. 동전 유통과 북벌은 당시의 사회경제적 조건과 정치적 합의가 부족해 중도에 포기되었다.

효종에게 ‘북벌’은 자기 권력의 정당성에 직결된 문제였다. 그가 차남이었음에도 아버지 인조에 의해 왕이 된 이상, 북벌은 그에게 피할 수 없는 숙제였다. 그런데 북벌에 가장 강력한 반대자가 김육이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왕과 신하 이상이었다. 김육의 둘째 아들의 딸이 효종의 외아들 현종의 부인이다. 효종의 요청으로 맺어진 관계였다. 효종은 그 정도로 김육을 신뢰했다. 그런데도 김육은 북벌에 반대했다. 또, 김육이 대동법을 성사시키면서 가장 신뢰해 중추적 역할을 맡긴 인물이 호조판서 이시방이다. 두 사람 역시 상사와 부하 관계 이상이었다. 그런 이시방이 동전 유통에 반대했다. 결국 재정개혁과 민생안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대동법만 성사되었다. 효종 대 정책 결정이나 추진은 왕이 민다고 하여, 그 왕의 신뢰를 받은 신하가 추진한다 하여 성립되지 않았다. 지금 봐도 합리적인 결정 방식이다.

한 사회가 5년, 10년 후 어떻게 될지 예측하긴 어렵다. 다음 세대에 어떨진 더욱 알기 어렵다. 원인과 결과의 논리적 연쇄가 그렇게 명백하다면 미래에 대한 예측이 왜 어렵겠는가. 병자호란부터 조선이 개항한 1876년까지는 대략 7~8세대에 해당하는 230년 넘는 긴 시간이다. 그 시간 전체가 책임져야 할 결과가 존재할 수 있을까? 누구나 죽음이 아닌 생애로 그 삶을 평가받듯이, 200여년에 걸쳐서 망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이정철 경북대 영남문화연구원 전임연구원

이정철 경북대 영남문화연구원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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