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을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최초 제보한 공익신고자가 10일 “권익위가 도리어 부패행위 당사자에게 스스로 사건을 조사하도록 한 것에 참담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 제보자가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보자 A씨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지난해 말 신고 접수 이후 묵묵히 6개월여간 조사 결과 발표를 기다렸는데, 권익위는 민원 사주에 동참한 의혹이 제기된 이들을 보호해야 할 공익신고자로 인정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A씨는 방심위와 경찰, 국회에 의혹을 규명해달라고 촉구했다.
류 위원장은 가족과 지인 등을 동원해 방심위에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에 관한 뉴스타파의 인터뷰 녹취파일을 인용 보도한 방송사들을 심의해 달라는 민원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류 위원장은 의혹이 불거지자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은 범죄”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권익위는 지난 8일 사건을 방심위로 다시 돌려보내기로 결정했다. 류 위원장이 민원을 심의하기 전에 가족 등 사적 관계자들의 민원 제기를 알고 있었는지 여부가 불명확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민원 사주’ 의혹에 대한 언론보도가 류 위원장 지인들의 개인정보를 누설했다는 점에 대해선 혐의를 인정해 경찰에 이첩하기로 결정했다.
A씨는 권익위의 결정에 반발하며 “방심위는 권익위에서 송부받을 이 사건을 중립적으로 공정하게 조사해달라”고 했다. 그는 “국회 ‘언론장악 국정조사’에서 이 의혹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경찰을 향해서도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A씨는 해당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해 과징금이 의결된 5개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전체 민원(64명·162건) 중 류 위원장의 가족과 친척 및 지인으로 확인되는 민원인이 21명(57건)이라고 주장했다. 그중 민원 내용이 거의 유사하거나 오타까지 같은 민원은 47건(19명)이었다고 했다.
A씨는 “이들 간의 유일한 연결고리는 류 위원장”이라며 “이 민원들은 이동관 당시 방송통신위원장이 뉴스타파 인용 보도에 대해 엄중 심의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직후부터 접수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는 언론탄압의 시발점으로 반드시 진상이 밝혀져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