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부터 경작, 교직원들과 나눠 가져
모종 심는 비용 일부 학교운영비에서 지출
교육청 ‘경고’ 조치, “솜방망이 처분” 반발
전남의 한 중학교 교장이 학교 내 화단에서 수년간 양파와 고구마, 옥수수 등을 재배해 오다 교육청 감사에 적발됐다. 교육청은 작물 재배가 ‘학생 교육’과 상관없는 행위로 판단하고 교장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은 ‘봐주기 감사’ 라고 지적한다.
전공노 전남교육청지부는 11일 전남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교육감은 청렴과 갑질 근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공노는 전남의 한 중학교에서 발생한 교장의 갑질과 비위 행위 등에 대해 전남교육청이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학교 교장은 학교 화단에서 각종 농작물을 재배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교장은 2022년부터 교내 화단 240㎡를 텃밭처럼 사용해 왔다. 그는 화단에 양파와 고구마, 옥수수 등을 심었다.
학교에서 재배된 농작물은 ‘생태교육’ 등 학생들을 위한 교육 목적이 아니었다. 수확한 농작물 대부분은 교장이 가져갔으며 일부는 교직원들이 나눠 가졌다고 한다.
교장은 지난 4월에도 학교 화단에 양파를 심었다. 화단을 갈아엎고 양파 모종을 심는데 학교운영비 20만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이같은 사실이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신고되자 교장은 양파밭을 갈아엎었다.
조사를 진행한 전남도교육청은 교장의 ‘학교 내 경작’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농작물을 교장과 교직원들이 가져간 만큼 ‘교육 목적’으로 볼 수 없어 경작에 드는 비용도 교장이나 교직원들이 부담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교장이 특정 교직원에게 비인격적인 대우를 하는 등 ‘갑질’ 의혹도 제기됐다. 전남도교육청은 조사 이후 해당 교장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경고는 징계에 해당하지 않는다.
교육청은 ‘공공시설’인 학교 부지를 교장이 개인적인 용도로 활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문제로 삼지 않았다. 전남도교육청은 “학교 부지의 사적 활용 문제 등에 대해서는 미처 검토하지 못했다. 관련 부서를 통해 각 학교에 ‘주의’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내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성현 전공노 전남교육청지부장은 “교육청은 학교장의 회계질서 문란과 갑질행위 등 심각한 문제를 발견하고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솜방망이 처분을 했다”면서 “현장과 동떨어진 감사로 공정과 청렴에 대한 낮은 인식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