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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청주 ‘명암약수터’

  • 김찬휘 선거제도개혁연대 대표

‘죽어가는 목숨 살린 명암약수’ 표지석만 덩그러니

청주 명암약수터 1971년(위쪽)과 2024년 | 셀수스협동조합 제공

청주 명암약수터 1971년(위쪽)과 2024년 | 셀수스협동조합 제공

‘라떼’ 얘기로 시작해 보자. 한때 먹는 물은 끓여 먹던 시절이 있었다. 주전자에 수돗물을 받아서 보리차를 한 움큼 넣어 끓여 먹었다. 보리차에서 옥수수차로 유행이 바뀌기도 했다. 그 시절엔 끓이지 않은 물을 바로 먹는다는 것은 어떤 ‘결핍’을 의미했다. 물을 끓여 먹을 시간적·금전적 여유가 없거나, 뛰어놀고 있기에 물을 끓일 수 없음을 의미했다. 심한 경우는 ‘곯은 배를 물로 채우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끓이지 않아도 칭송받던 물이 있었으니 그 이름하여 ‘약수’(藥水)다. 약수는 지하수가 솟아난 것이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 때문에, 혹은 약수가 몸에 좋다는 믿음으로 전국의 약수터 앞에 새벽마다 약수 받는 통이 줄을 서던 시절이 있었다. 수도권 지하철 3호선과 6호선이 있는 약수역의 이름도 버티고개에 있던 ‘옥정수’에서 왔다고 한다.

사진 속 멀리 ‘약수’라는 글자가 선명한 이곳은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친 청주의 명암약수터다. 청주시 상당구 명암동에 있는 이 약수는 1920년대 초에 발견되었는데 한때 청주 사람은 안 가본 사람이 없다는 명소였다. 위장병에 좋다는 소문이 돌면서 조치원, 증평에서도 약수를 마시러 왔고 입장료까지 받았다. 상당산성 길목에 있는 약수터는 주변의 명암저수지와 함께 가족 휴양지이자 데이트 장소, 학생들의 단골 소풍지이기도 했다.

명암약수터 앞에 가보니 녹색 철망펜스 앞에 ‘출입금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음용수 부적절로 판정되어 1990년대에 약수터가 폐쇄된 것이다. 펜스 안 수풀이 우거진 속에는 정자가 덩그러니 놓여 있고 수풀 사이로 약수터가 간신히 보인다. 펜스 옆에는 ‘죽어가는 목숨 살린 명암약수’라고 쓰인 표지석만이 한때 이곳이 약수터였음을 알려줄 뿐이다.

외국에서는 물을 사서 먹는다고 신기해하던 때가 있었다. ‘빈부 격차에 따른 위화감 조성’을 이유로 금지되었던 생수의 국내 시판이 허용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은 물을 끓여 먹는 집이 더 신기한 시절이 되었다.

‘생수 이전의 생수’였던 약수는 오염되어 먹지 못하게 되었는데, 1ℓ 생수통에는 약 24만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는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되었다. 중국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물을 끓이면 미세플라스틱의 90%가 사라진다 하니 문명의 이기라는 것이 과연 ‘문명적’인 것인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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