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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위어딩’

입력 2024.07.11 20:54

수정 2024.07.11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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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워밍(global warming·지구온난화)은 가고 글로벌 위어딩(global weirding)이 언급되고 있다. 영어 단어 위어드가 형용사로는 이상한, 기이한, 기괴한의 의미로 쓰이지만 명사로는 운명, 숙명의 뜻으로도 쓰인다. ‘기이한’과 ‘운명’이 같은 단어라는 것이 참 이상하게 들린다. 아마도 돌고 돌아 예측하지 못했던 결과에 맞닥뜨릴 때를 운명이라는 명사로 함축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지구온난화가 점점 심해져서 기후가 너무 이상해지고 있는데 온난화 같은 ‘온화한’ 단어로는 이 별난 위기를 표현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새로운 용어를 부추기고 있다. 단어가 섬뜩하지만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상이변을 이 단어보다 더 잘 묘사하긴 어려울 것 같다.

최근 카리브해와 미국 텍사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베릴’은 카테고리 5등급인 최고 수준 바람이다. 평소 8~10월경 불어오던 것과 달리 6월에 시작된 것도 예외적이고, 시속 265㎞ 속도도 너무 강력해 200만명 이상의 거주민들이 정전으로 불안에 떨었다. 더 무서운 건 바다가 점점 더 뜨겁게 달아올라 허리케인의 강도가 지금까지의 카테고리론 측정이 안 될 만큼 커졌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6~7등급으로 상향시킬 날이 닥쳐오고 있다고 예측한다. 허리케인의 우리말은 싹쓸바람이다. 문명사회가 구축한 인프라가 한순간 싹 쓸려나갈 것 같은 전조 증상이 우리나라에서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일 밤부터 10일 새벽 사이 충청·전북·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물 폭탄’이 쏟아졌다. “200년에 한 번 나타날 기록적 폭우”라는 게 기상청 설명이다. 1시간 동안 100㎜가 넘는 집중호우가 내린 지역이 5곳을 넘었고 전북 군산은 131.7㎜의 비가 1시간 만에 쏟아져 역대 가장 많은 시간당 강수량을 기록했다. 특히나 깊이 잠든 새벽에 쏟아진 비로 전국 곳곳에서 5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는 등 피해도 속출했다. 자기가 살던 오피스텔 엘리베이터 안에서 물에 잠겨 사망하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1년간 내릴 비의 10% 정도가 1시간 새 쏟아지면 누군들 당해낼 도리가 없다.

글로벌 위어딩이란 용어가 말해주듯, 기상이변은 강도가 강해지면서 불확실성 또한 커지고 있다. 장마냐, 우기냐 이런 정의가 이제는 무의미해졌다. 일기예보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어떻게 이 들쭉날쭉 기상이변을 막을 수 있을까. 한국기상학회 재해기상특별위원장인 손석우 서울대 교수의 발언이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시간당 140㎜가 오는데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저는 원천적인 대책이 지금은 없다고 보고 있고요. 그럼 저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잘 도망을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디로 도망을 가야 할까. 도망도 못 갈 형편인 사람은 누가 구할까.

환란 가운데 무리를 안전하게 이끄는 자를 우리는 지도자라 부른다. 지난 8일 대통령이 정부기관에 내린 장마 대비 ‘16자 지시사항’이 논란을 일으켰다. 아무리 당대표 경선이 중하다 한들 남부지방을 쓸고간 폭우에 우려나마 표한 여당 후보도 없다. 정치가 유권자의 안전과 생명, 일상생활의 문제와 점점 멀어지는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있다. 그래서 혼돈의 기후보다 현재의 정치인들이 내게는 더 기이해 보인다. 위어드한 정치행보가 도달할 운명의 끝은 어디일까.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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