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교육생 24년 만에 ‘노동자’ 인정…‘교육기간 임금착취’ 관행 바뀔까

김지환 기자
영화 <다음 소희> 스틸컷.

영화 <다음 소희> 스틸컷.

24년 만에 콜센터 상담원 교육생이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노동자라는 판단이 나왔다. 콜센터가 상담원 교육기간 중 교육생을 ‘가짜 3.3’으로 만들어 최저임금도 주지 않던 관행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가짜 3.3’은 사용자가 비용 절감을 위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를 3.3%의 사업소득세를 내는 개인사업자로 위장시키는 것을 말한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은 지난 11일 경기 부천시 소재 콜센터 아웃소싱업체 ‘콜포유’에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 위반을 시정하라고 지시했다. 부천지청은 회사에 보낸 공문에서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을 위반해 벌칙 적용 대상이나 진정인이 권리구제를 희망해 시정기회를 준다”고 밝혔다.

진정인 허모씨는 지난 1월 2~15일 교육을 받은 뒤 ‘입사’해 29일까지 일하다 퇴사했다. 콜포유는 교육생들에게 입사 전 10일 동안의 교육기간을 거치도록 한다. 콜포유가 허씨에게 제시한 교육(실습) 확인서에는 ‘교육완료 후 입사처리가 안되면 교육을 수료해도 교육비를 받을 수 없다는 데 동의한다’ ‘교육기간은 채용 전 기간이므로 근속기간 산정에서 제외한다’ 등의 조항이 포함돼 있다.

허씨는 하루 7시간 교육을 듣는데도 하루당 교육비 3만원에서 3.3%의 사업소득세를 공제한 금액을 받았다. 최저임금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허씨는 지난 3월 부천지청에 콜센터 교육생은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노동자이므로 최저임금을 보장받아야 한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고용노동부는 2000년 ‘교육의 성격이 채용을 전제하지 않은 업무적격성 평가일 경우 노동자로 볼 수 없다’는 행정해석을 내놓았다. 이후 지방노동관서는 이 행정해석과 교육 확인서 등을 근거로 콜센터 교육생은 노동자가 아니라고 판단해왔다.

허씨는 “콜센터의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에 노동자들의 초기 퇴사율이 높다. ‘교육비’는 이들에게 지급할 임금을 줄이기 위해 업계가 고안해낸 꼼수”라고 말했다.

허씨를 대리한 하은성 샛별노무사사무소 노무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육 확인서 등과 같은 형식이 아니라 노동 실질에 주목하는 판단이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성호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회장은 “이번 사건은 콜센터의 오랜 편법이었던 교육생 제도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사건”이라며 “노동부는 유사 편법에 대해 적극적 근로감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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