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직접 수사하게 된 검찰의 근거 규정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1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는 참여연대가 검찰총장을 상대로 낸 ‘검사의 수사개시에 대한 지침(예규)’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검찰의 초법적 행위에 철퇴를 가한 지당한 판결이다. 검찰은 항소를 포기하고 해당 예규를 즉각 공개해야 한다.
개정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찰은 명예훼손죄에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없다. 그러나 검찰은 윤 대통령의 대검 중수부 재직 시절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에 관해 보도한 경향신문 등 언론사와 기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강제수사해 왔다. 검찰은 해당 사건이 대장동 비리 의혹 사건과 ‘직접 관련성’이 있다며, 대검 예규를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도 정작 예규 내용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참여연대가 해당 예규 전문과 개정 내력 등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대검은 비공개 결정했다. 예규가 공개되면 검찰의 직무 수행이 현저히 곤란해질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댔다. 국민 알권리나 수사의 투명성보다 대검 예규 보안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검찰이 감시를 받지 않고 자의적으로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검찰은 대검 예규로 ‘윤석열 검증 보도’ 언론인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보관해왔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현행 법률은 영장에 따라 전자정보를 수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대검 예규인 ‘디지털 증거의 수집·분석 및 관리 규정’을 적용해 법원 압수수색 영장 범위 밖에 있는 정보까지 당사자 몰래 통째로 대검 디지털 수사망(D-NET)에 올렸다. 검찰이 수사·공소 유지 편의를 빌미로 영장 밖 전자정보까지 수집하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영장주의에도 어긋난다.
한국은 법치주의와 입헌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국가다. 법치주의는 법에 의한 지배를 뜻하고, 입헌주의는 법 중에서도 헌법을 최고법으로 한다는 의미다. 모든 법률과 규칙·규정·지침 등은 시민이 감시하고 준수할 수 있도록 공개돼야 한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출신이라고 해서 대검 예규가 헌법과 법률 위에 존재할 수는 없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법무부와 검찰은 대검 예규 전체를 공개하고, 헌법과 법률 취지에 어긋나는 예규는 모두 폐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