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규제 강화 목소리 커져
정책 노선 전환 여부에 관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유세 도중 총격을 당하면서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간 전미총기협회(NRA)의 후원을 받으며 개인의 총기 소지 권리를 옹호했던 공화당이 이번 피격 사건을 계기로 정책 노선을 전환할 것인지에 시선이 쏠린다.
14일(현지시간) 탐사보도 전문매체 레버 등 미 언론은 공화당이 총기 규제 강화 법안을 무력화시킨 행보가 이번 사건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NRA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NRA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에 3000만달러(약 414억원)를, 2020년엔 450만달러(약 62억원)를 후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상반기에만 최소 세 차례 NRA 행사에 몸소 찾아갔다. 지난 5월 NRA 연례 회의에선 “백악관 내 총기 소유자들의 절친한 친구”라고 했고, 지난 2월 NRA 행사에선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도입한 총기 규제를 모두 철회하겠다고 공약했다.
공화당은 수정헌법 제2조에 명시된 ‘무기 소장권’을 근거로 국민이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총기 소지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당론으로 삼고 있다. 이번 암살 시도 사건이 일어난 펜실베이니아주에서도 공화당 주의원들이 올해 상정된 돌격소총 판매·사용 금지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이번 사건 이후 총기 소지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칼럼니스트 헬렌 우비냐스는 지역신문 펜실베이니아 인콰이어러 기고에서 “이번 사건으로 트럼프를 신으로 만들 게 아니다. 우리는 총에 충성을 맹세하는 행위를 멈출 것이라고 선언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펜실베이니아 주의원도 “우리가 앞서 공격용 무기 사용을 금지했다면, 이 일(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은 다르게 끝났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총기 소지권과 관련한 셈법이 복잡해졌다. 총기 소지를 적극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4월 총기 판매 시 신원조회를 의무화하는 조치에 서명하는 등 총기 사용 제한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