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옛날에 금발머리를 예쁘게 땋은 골딜록스라는 소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골딜록스는 숲속에 갔다가 곰 세 마리가 사는 오두막을 발견했습니다. 마침 곰 세 마리는 산책을 가서, 오두막집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배가 고팠던 골딜록스는 식탁 위에 수프 세 그릇이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첫 번째 접시에 담긴 수프는 너무 뜨거웠고, 두 번째 수프는 너무 차가웠지만, 세 번째 접시에 담긴 수프는 적당히 따뜻해서 아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수프를 먹은 골딜록스는 잠이 와서 침대에 누웠는데, 첫 번째 침대는 너무 딱딱했고, 두 번째 침대는 너무 푹신했지만, 다행히 세 번째 침대는 적당히 푹신해서 잠을 잘 잤습니다.”
영국의 전래동화 ‘골딜록스와 곰 세 마리 이야기’(Goldilocks and the Three Bears)의 줄거리이다. 많은 작가들의 손을 거치면서 주인공은 못된 노파에서 예쁜 금발머리 소녀로 바뀌었다. 골딜록스는 금발(gold)의 땋은 머리(locks)를 한 소녀를 말하지만, 경제학에서는 아주 이상적인 상황을 나타내는 비유적인 표현이다. 즉 적정한 경제성장 속에 경기과열로 인한 인플레이션도 없고, 경기침체로 높은 실업률도 없는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딱 먹기 좋은 수프 같은 이상적인 경제상황을 ‘골딜록스 경제’(Goldilocks Economy)라고 한다. 1990년대 미국이 과도한 인플레이션 없이 경제성장을 하면서 처음 사용된 말이었다. 이후 2000년대 초중반 미국·중국 등 글로벌경제가 인플레이션 없는 안정적 성장을 이뤄 골딜록스는 경제전문가들의 이상형이 되었다.
최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 상승만이 우리가 직면한 유일한 리스크는 아니다”라고 말하며, 최근 높아진 실업률 등 고용시장의 불안을 지적했다. 또 “정책금리를 너무 늦거나 적게 내리면 경제활동과 고용이 악화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사이에서 정책당국자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미국 주식시장은 이런 발언을 두고 금리 인하가 가까워졌다고 믿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랠리를 계속하고 있다. S&P500 지수는 5500선을 넘어선 지 일주일 만에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며 5600선을 기록했다.
과연 금리 인하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가 될 수 있을까? 1950년 이후 미 연준은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를 연속 인상한 이후 금리 인하로 전환한 경우는 모두 아홉 차례 있었다. 금리 인하로 전환되는 기간은 평균 4.7개월이었으니, 지금의 금리 인하로의 전환과정은 과거 평균보다 2배 이상 더 걸리고 있는 셈이다. 아홉 번의 금리 인하 이후 1년간 달러화는 약세가 네 번이었으며(평균 -4.3%), 강세는 다섯 번이어서(+6.1%) 사실상 금리 인하가 달러 약세를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엔 물음표가 생긴다. 아홉 번의 사례에서 금리 인하 이후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모두 하락했지만, S&P500 지수는 금리 인하 이후 1년간 평균 4.3% 상승했다. 아홉 차례 중에서 상승세를 보인 것은 일곱 차례였지만,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금리 인하 당해년 이후 1년 뒤 성장률이 더 떨어진 경우는 아홉 번 중 여섯 번이었다. 다시 말해, 금리 인하 이후 경제성장률과 주가 간의 상관관계가 뚜렷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결국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기 위한 가파른 금리 인상 이후 경기침체를 우려하여 진행되는 금리 인하가 이어지는 국면에서 달러화 가치나 경제성장률, 주가흐름과의 상관관계는 일률적이지 않다. 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을 저지하는 수단이었듯이, 금리 인하는 경기침체를 방어하기 위함인 것이다. 즉 금리 인하는 경기침체를 전제로 한 확실한 경고 시그널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누구나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고 한다. 모두 인플레이션도 없고, 경기침체도 없는 골딜록스를 꿈꾸고 있는 걸까? 20년 전에 경험했던 골딜록스의 추억이 지나친 기대감으로 변질되면 안 된다. 매번 상황은 다르고, 매번 그 결과 역시 달랐다. 금발머리 소녀를 기대하는 마음은 정책당국자나 투자자 모두 같겠지만, 적당히 따뜻하고 맛있는 수프가 언제나 준비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