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서
한 후보, 법무장관 당시 상황 폭로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7일 나경원 후보를 향해 “본인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건 공소 취소를 부탁한 적 있지 않느냐”면서 형사사건 청탁 의혹을 제기했다. 야당은 “이게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던 법과 원칙이냐”며 “모두 수사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한 후보의 댓글팀 운영 의혹에 대해 야당이 강제수사를 촉구하는 와중에 형사사건 청탁 의혹까지 터지며 ‘자폭’ 전당대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 고발전으로 인해 전당대회 이후 여당이 감당해야 할 ‘사법리스크’가 가중됐다는 것이다.
CBS 라디오에서 이날 열린 4차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나 후보는 “법무부 장관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그 당시 구속 기소하겠다고 했는데 체포영장이 기각됐다”며 “책임 느끼시냐, 안 느끼시냐”며 한 후보의 법무부 장관 재직기에 이 전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을 두고 공세를 폈다.
이에 한 후보는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안에 개입할 수 없다”며 “나 후보가 저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를 취소해달라고 부탁하신 적 있으시죠”라고 말했다. 나 후보가 법무장관이던 한 후보에게 이른바 패스트트랙 사건에 대한 공소취소를 부탁했다고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한 후보는 이어 “거기에 대해서 제가 그럴 수 없다고 말씀드렸고, (법무부 장관은) 그런 식으로 구체적 사안에 개입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나 후보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지난 2019년 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공직선거법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자 저지 투쟁을 하는 과정에서 빠루(쇠지렛대)를 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나 후보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 14명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됐으나 아직 1심 선고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나 후보는 “그거는 저의 유무죄에 관한 것이 아니라 헌법과 법치를 바로 세우느냐 아니냐의 문제”라며 “저의 유불리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두 후보 모두 수사 대상이라고 공세에 나섰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석열 정권이나 국민의힘 사람들은 수사나 기소를 자신들의 권리로 여기며 사적 인연에 따라 청탁도 하고 그러냐. 이게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던 법과 원칙이냐”며 “모두 다같이 손잡고 검찰에 출석해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런 청탁은 수사 대상”이라며 “(한 후보가) 당시 불법적 청탁을 받고 왜 신고하지 않았는지도 수사 대상”이라고 했다. 김보협 혁신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나 후보의 해명에 대해 “자신의 유무죄를 다투는 공소를 취하해달라는 청탁을 하면서 그게 법을 바로 세우는 정의라고 주장하는 꼴”이라며 “나 후보가 검찰에 위법한 청탁을 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개혁신당도 “이번 불법 구명 청탁을 비롯해 댓글팀 여론조작, 사천논란 등에 대해 수사기관의 신속한 수사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김성열 개혁신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원내대표까지 지낸 전직 국회의원이 본인의 공소건에 대해 법무장관에게 청탁을 하다니 있을 수 없는 비리”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나 후보의 공소취하 부탁을 공개한 한 후보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나 후보는 합동연설회에서 한 후보 때문에 야당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며 “보수 가치에 대한 책임감도, 보수공동체에 대한 연대의식도 없는 당대표에게 당을 맡길 수 없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대통령 탄핵마저 방치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나 후보는 연설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공소 취소는 당연히 10번도 더 했어야 한다”며 “취소 안 했다는 것만으로도 당대표 후보로서 자격과 자질이 없다”고 했다.
원희룡 후보는 이날 서울·인천·경기·강원 합동연설회에서 “동지를 야당의 수사 대상으로 던져버렸다”고 비판했다. 원 후보는 합동연설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누가 무서워서 한 후보랑 말 섞으려고 하겠나”라며 “바로 야당이 수사대상이라고 치고 나왔는데 탄식이 나올 뿐”이라고 했다. 원 후보는 SNS에도 “무차별 총기난사”라며 “이러다 다 죽는다”고 했다.
윤상현 후보도 합동연설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스스로 자중자애하자”며 “까딱 잘못하다 야당의 공격 빌미가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