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무소속 후보로 대선에 출마하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사진)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후보 사퇴를 설득하는 듯한 모습이 담긴 영상이 유출됐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케네디 주니어의 장남 보비 케네디 3세는 이날 엑스(옛 트위터)에 트럼프 전 대통령과 케네디 주니어의 통화 내용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두 사람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격된 다음날인 지난 14일 통화했으며, 원본 영상은 현재 삭제됐지만 온라인상에 녹화본이 다수 남아 있다.
영상을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스피커폰 통화에서 아이들이 너무 많은 백신을 맞고 있다며 “소량만 맞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신이 뭔가를 해주면 좋겠다. 당신에게도 매우 좋은 일이다. 우리가 이길 거다. 그 사람(조 바이든 대통령)을 훨씬 앞서고 있다”며 케네디 주니어의 후보 사퇴를 유도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백신이 장애를 유발하는 원인이라는 주장을 퍼뜨리며 코로나19 등 각종 백신 접종에 반대해왔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자신을 지지한 뒤 사퇴해달라고 요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두 사람이 손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 건 처음이 아니다. 두 후보는 통화 다음날인 15일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밀워키에서도 만났다. 케네디 주니어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선언을 한 후 사퇴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지만, 케네디 주니어 측은 “국가적 통합”을 논의했을 뿐이라며 사퇴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케네디 주니어는 암살당한 로버트 F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아들이자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로, 이번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그는 영상 유출에 즉각 사과했지만 거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