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전당대회 및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가 17일 경기도 일산서구 고양소노아레나에서 열려 한동훈, 나경원, 윤상현, 원희룡(왼쪽부터) 후보자가 무대에 올라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나경원·원희룡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한동훈 후보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사건 공소 취소 부탁 폭로와 관련해 18일 맹공을 이어갔다. 나 후보는 한 후보를 비판하며 당시 원내대표로서 강경 투쟁에 앞장섰다는 점을 내세웠다. 애당심, 동지의식 등을 강조하면서 한 후보에 대한 지지 철회를 호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나 후보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새로운미래를준비하는모임(새미준) 정기 세미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가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에 대한 분별이 없는 것 같다”며 “좌충우돌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어제부터 많은 분들이 여기(폭로)에 대한 비판을 하신 것을 잘 봤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야당일 당시에 문재인 정권이 야당 탄압 (차원에서) 보복 기소한 사건 아닌가. 이런 부분에 대해 언급한 것을 보고 참 굉장히 분별력이 없지 않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같은 행사에 참석한 원희룡 후보도 기자들과 만나 “동지 의식이 없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보여준다). 이건 시작이라고 본다”며 “당원들께서 과연 동지 의식이 없는, 훈련 안 돼있는 분이 과연 이 당을 맡아갈 수 있을까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판단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동지 의식이 없고 내가 살기 위해선 누구든지 흔들고 위험으로, 궁지로 몰아서 나만 살아야겠단 생각이 있으면 사태는 심각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 후보는 앞서 제기한 한 후보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사적 공천 의혹과 관련해) 가족과 인척, 추가적으로 검찰 측근 출신이 있을 수 있다고 얘기했지 않나”라며 “검찰 측근이 누구냐 그러면 저는 바로 다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세미나 모두발언에서도 두 사람은 한 후보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나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의 의회폭주가 언제부터 시작했나 하면 2019년 패스트트랙에 말도 안 되는 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법을 태우면서 시작됐다”며 “우리가 국회에서 맨몸으로 막았고 민주당이 들고온 ‘빠루’(쇠지렛대)를 저보고 들라고 해서 제가 갑자기 빠루의 여신이 되지 않았나”라며 “지금은 빠루의 정신이 필요한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원 후보도 “동지 의식 없이는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없다”며 “토론하다 깜짝 놀랐다. (나 후보가) 법무부 장관에게 패스트트랙(사건) 공소 취소해달라 청탁했다고 온 국민이 듣는 방송에서 얘기했다. 한동훈 후보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야당의 수사로 던지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한 후보는 지난 17일 CBS라디오 토론회에서 나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의 구속 영장 기각과 관련된 질문을 던지자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안에 개입할 수 없다. 나 후보가 저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를 취소해달라고 부탁하신 적 있으시죠”라고 반박했다.
한 후보와 러닝메이트인 장동혁 최고위원 후보는 이날 채널A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한 후보가 한 그 말은 계속된 공격에 대해 방어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특정인, 특정 당만 (공소 취소를) 한다거나 했다면 그것은 또 다른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나 후보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2019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공직선거법 등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려는 민주당을 막으려는 과정에서 폭행·감금 등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다. 나 후보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으나 아직 1심 선고는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