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지향 이유 ‘불인정 처분’ 위법 판단
‘동성부부 사회보장 권리’ 첫 법적 인정
대법원이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했다. 성적 지향만을 이유로 사실혼 관계를 맺은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인 배우자로 인정하지 않은 건강보험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날 판결은 국내에서 동성부부의 사회보장 권리를 법적으로 처음 인정한 사례로 기록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8일 소성욱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다수 의견으로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소씨와 배우자 김용민씨는 2019년 결혼식을 올려 부부가 됐다. 소씨는 2020년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인 김씨의 피부양자로 등록했다.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공단은 8개월 만에 소씨의 피부양자 자격을 돌연 취소하고 소씨에게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를 청구했다. ‘피부양자 인정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댔다.
소씨는 “실질적 혼인 관계인데도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부인하는 것은 피부양자 제도의 목적에 어긋난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법이 말하는 사실혼은 남녀 결합을 근본으로 하므로, 동성 결합과 남녀 결합을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동성 결합’은 ‘혼인’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사실혼이 성립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2심은 소씨에게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자의적 차별에 해당한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사실혼은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필요가 있는 신분 관계를 보호하기 위해 발전한 것”이라며 “혼인의 의사로 부부공동생활을 하는 동성 커플은 오히려 인권의 측면에서 법적 보호의 필요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단도 원심과 같았다. 대법원은 “공단이 동성 동반자인 원고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고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원고에게 불이익을 줘 그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두 사람의 관계가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인 건강보험의 피부양자 제도에서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차별 행위이고, 그 침해의 정도도 중하다”고 밝혔다.
소씨 부부는 이날 선고 이후 대법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저와 저의 남편은 서로의 가족이고 배우자라는 것에 대해 증명을 요구받아왔다”며 “지금은 서로에게 헌신하고 의지하는 관계가 공적으로 인정됐다. 오늘, 사랑이 또 이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