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불리하면 또 캐비닛서 약점 꺼낼거냐” 맹공
나경원·원희룡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18일 TV토론회에서 나 후보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사건 공소 취소 부탁’을 공개한 한동훈 후보를 향해 맹공했다. 한 후보는 “기소를 한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사과드렸다”며 맞받았다.
나 후보는 18일 KBS가 진행한 당대표 후보 TV토론회에서 한 후보에게 “마치 제가 사적인 청탁을 한 것처럼 말해서 상당히 놀랐다”며 “패스트트랙 사건 기소가 맞는다고 생각하냐”고 따졌다. 한 후보는 “신중치 못한 발언이었다고 사과드렸다”면서 “그때 그 기소를 한 검찰총장이 대통령이다. 법에 따라 기소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나 후보는 “헌법 질서를 바로잡아달라는 요청을 개인적 청탁인 것처럼 온 천하에 알리는 자세를 가진 분이 당 대표는커녕 당원으로서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한 후보가 대표가 되면 누가 의회 민주주의 폭거에 나가 싸우겠나”라고 했다. 한 후보는 “일반 국민들은 그렇게 개인적인 사건, 본인이 직접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
이에 나 후보는 “개인적 사건이요? 제가 저를 해달라고 그런 것인가. 우리 27명이 기소됐다”며 “개인적 사건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사과의 진정성이 없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개인적 사건이라는 말에 다시 한번 분노한다”고 했다. 그러자 한 후보는 “개인적 사건이라고 말한 것은 바로 잡겠다”며 “비공식적으로 요청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취지”라고 했다.
원 후보도 한 후보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 부탁 공개를 직격했다. 그는 “당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없어서 걱정을 많이 하는 것”이라며 “자기가 책임질 일이 있을 때는 남 탓, 시스템 탓으로 돌려 동지 의식과 책임 의식을 느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지금도 부당한 부탁을 한 것처럼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이야기를) 꺼냈다. 법무부 장관으로 수많은 정치인과 당원들과 대화했을 텐데 나중에 불리해지면 캐비넷 파일에서 꺼내서 약점 공격에 쓸 것인가”라고 했다.
한 후보는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고 당 동지로서 업무를 할 수는 없다”면서 “사과한 것은 그 말을 꺼낸 것 자체가 부적절했던 것 같아서다. 다만, 법무부 장관으로서 그 얘기를 들었을 때는 거절하는 것이 맞다”고 답했다.
앞서 한 후보는 17일 CBS라디오 당대표 토론회에서 나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의 구속 영장 기각과 관련된 질문을 던지자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안에 개입할 수 없다. 나 후보가 저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를 취소해달라고 부탁하신 적 있으시죠”라고 반박했다.
당내 반발이 커지자 한 후보는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어제 ‘왜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대표를 구속 못 했느냐’는 반복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 예시로 나온,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말이었다”며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나도 어제 말하고 ‘아차’ 했다. 괜히 했다고 생각했다”고 실수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