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물폭탄을 뿌리며 수도권을 혼란에 빠트렸던 장맛비가 그쳤다. 19일 오전 서울 하늘은 모처럼 푸르렀다. 하지만 한강 물은 달랐다. 강의 색깔은 대체로 푸르다. 또한 잔잔하게 흐른다. 그러나 이틀째 쏟아진 집중호우로 강물은 황토물로 변했고, 유속도 성난 것처럼 빨랐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롯데월드타워 스카이 전망대에서 한강을 내려다봤다. 푸른 잔디가 펼쳐진 한강공원 너머 한강 물은 온통 황토색이었다. 햇빛을 받는 부분은 더 선명한 황토색을 띠었다. 잠실대교 아래로 다가갔다. 수중보 위로 누런 강물이 세차게 흘러내렸다. 우렁찬 소리에 시민들은 깜짝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어제의 성난 한강 물이 다행히도 하루 사이에 다소 잠잠해졌다. 하지만 황토물을 쉼 없이 토해내는 수중보의 모습에서 전날 폭우의 기억이 소환되었다. 김인회 시인은 ‘한강 다리의 변명’에서 폭우가 쏟아진 후의 한강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
내가 사는 방법은 너를 움직이는 것
흐르다 굳어버린 너를 풀어
바다로 들판으로 하늘로 보내주던 기억
한강 다리는 늘 거기 있고
돌아와야 할 강물은 흘러 바다로 가고
제 자리를 지키지 못한
변심한 것들이 모여 흘러가는
한강은 흐르고
한강물은 계속 흐르고
폭우는 쏟아지고
황톳물을 바라보는
다리 위의 사람들 거기 서 있네
황톳물은 세상을 덮을 기세로 흘러가는데
한강 다리는 늘 거기 있어.
기상청은 이번 주말 세찬 장맛비가 다시 쏟아진다고 예보했다. 한강의 푸른 모습은 이번 장마가 끝나야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