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을 대표하는 사상가 왕후이 칭화대 교수의 대표작 <근대중국사상의 흥기>(돌베개)가 세계 최초로 완역됐다.

왕후이 중국 칭화대 교수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근대중국사상의 흥기>는 왕 교수가 송나라 때부터 근대에 이르는 수많은 중국 학자들의 사상을 추적하며 중국의 지적·철학적·정치적 담론을 정교하게 분석한 책이다.
2004년 상편과 하편 총 4권으로 출간된 <근대중국사상의 흥기>는 글자수 150만자, 1700쪽 분량의 대작이다. 총 4권으로 나온 한국어 번역판은 2550쪽에 이른다. 지난 4월 한국어판 1권과 2권이 나온 데 이어 이번에 3권과 4권이 출간되면서 완간됐다. 그동안 일본과 이탈리아, 미국에서 이 책의 일부가 번역된 적은 있으나 외국어로 전체가 완역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주최 학술대회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왕 교수는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난도가 높아 번역하기 어려운 책이지만 중국과 한국이 사상적·문화적으로 깊이 연계돼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완역본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2019년 이후 5년 만에 방문한 그는 “코로나19로 끊어졌던 한국의 많은 분들과 교류하고자 하는 희망을 안고 방문했다”면서 “책 출판 자체가 한·중 지식인 교류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왕 교수와 함께 방문한 양리화 베이징대 교수(문학연구원장)는 “왕 교수는 당대 중국에서 가장 광범위한 영향력을 지닌 학자”라면서 “<근대중국사상의 흥기>는그 안에 담긴 지식의 방대함과 생각의 크기가 대단해 개별 학문분과의 전문 학자들이 읽기에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장융러 베이징대 교수(지역국별연구원부원장)는 “왕후이 사상의 독특한 지점은 서양 근대의 대안을 마련하는 문제와 관련해 그 사상적 에너지를 중국 고대 사상에서 찾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근대중국사상의 흥기>는 21세기 중국의 굴기를 사상사적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세계 지식인 사회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받아왔다. 루쉰 연구에서 시작해 사상사와 정치경제학, 역사학, 사회학 등 다방면으로 학문적 영역을 넓혀가며 서구 신자유주의와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비판해온 그는 동시대 중국 학자들 중 외국어로 가장 많이 번역된 사람 중 하나다.
윤영도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장은 “왕후이 교수의 책이 중국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읽히는 이유는 중국의 부상에 대한 관심 때문”이라면서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중국의 사상적 뿌리와 사유 방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어렵더라도 이 책에 도전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