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투표율 추락한 여당 전대, 부끄러운 한 달이었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나경원, 한동훈, 윤상현 원희룡 당대표 후보(왼쪽부터)가 지난 19일 서울 양천구 SBS에서 열린 방송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나경원, 한동훈, 윤상현 원희룡 당대표 후보(왼쪽부터)가 지난 19일 서울 양천구 SBS에서 열린 방송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뽑는 7·23 전당대회 투표율이 48.51%로 최종 집계됐다. 이는 당원 선거인단(84만1614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지난 19·20일 모바일 투표, 21·22일 자동응답전화(ARS) 투표를 합한 이 수치는 지난해 3·8 전당대회 당시 55.10%보다도 6.59%포인트가 뚝 떨어졌다. ‘자폭 전대’ ‘분당대회’ 소릴 들은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 대한 당원들의 실망감이 투영된 결과로 보는 게 합당할 것이다.

이번 전대는 여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한동훈 후보에, 중량급 인사인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가 도전장을 내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다들 목도했듯이, 처음부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배신의 정치’ 논쟁이 불거지더니 김건희 여사가 총선 전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낸 ‘명품백 사과’ 문자메시지를 한 후보가 ‘씹었네, 안 씹었네’ 공방으로 빠졌다. 이 과정에서 한 후보의 여론조성팀·댓글팀 운영 의혹이 제기되고, 한 후보는 나 후보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 청탁을 폭로했다. 시종 흠집내기성 막말로 뒤덮이면서 후보 자신은 물론 당까지 위법 시비와 곤경에 빠뜨리는 전례 없는 자해·자폭 전대가 됐다.

그러는 사이 총선 참패를 성찰하고,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인 당을 어떻게 일으켜 세울지에 대한 논쟁은 아예 종적을 감췄다.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민심을 우습게 여긴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전대를 지켜본 많은 국민들이 혀를 찼다. 전대는 당원들의 축제라고 하지만, 제 얼굴에 침 뱉는 ‘그들만의 전대’에 당원들도 투표 의욕이 떨어졌을 것이다.

예상보다 투표율이 낮았다면 후보들은 책임감을 느끼고 반성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후보들은 전대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진행된 결과라며 “1차 투표로 과반 승리” “무조건 2차 결선투표”라는 아전인수식 해석만 내놓고 있다. 전대는 만신창이가 됐는데도, “모두가 패자”라는 손가락질에도 유불리만 따지는 후보들이 만든 부끄러운 한 달이었다.

당대표 경선 결과는 23일 발표된다. 과반 득표 후보가 없으면 오는 28일 결선투표로 가려진다. 이번 전대는 집권여당을 재정비하는 과정이 아니라, 사생결단식 싸움으로 당의 균열만 키웠다. 누가 당대표가 된들, 이런 당에 어떤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 선출되는 차기 당대표와 최고위원들은 국민을 실망시킨 전대에 대한 사과부터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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