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바닥서 ‘산소 뿜는 금속’ 발견…해저 개발 변수 될까

이정호 기자

영·미·독 연구진 “망간단괴가 산소 생성”

‘유기체 광합성’ 전제 진화 역사 변수 등장

채굴 시도 때 해양 생태 파괴 우려 대두할 듯

미국 근해 바닥에 깔려 있는 망간단괴들. 산업적으로 유용한 금속이 포함된 덩어리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제공

미국 근해 바닥에 깔려 있는 망간단괴들. 산업적으로 유용한 금속이 포함된 덩어리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제공

태평양 깊은 해저를 뒹굴고 있는 감자 크기의 금속 덩어리인 ‘망간단괴(다금속 결절)’에서 산소가 뿜어져 나온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식물 같은 유기체가 아니라 금속에서 산소가 생성되는 현상은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

망간단괴를 물 밖으로 건져 올려 산업적으로 유용한 물질을 뽑아내려는 최근 인류의 시도가 ‘산소 공급원’을 축소시켜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22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해양과학협회와 독일 킬 대학 헬름홀츠 해양연구소, 미국 보스턴대 소속 과학자 등이 구성한 국제 공동연구진은 태평양의 수심 4000m 해저에 깔린 망간단괴가 산소를 생성한다는 사실을 사상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실렸다.

망간단괴는 수심 3000~6000m 해저에서 흔히 발견되는 검은 금속 덩어리다. 크기는 감자 정도다. 연구진이 탐구 대상으로 삼은 망간단괴들은 하와이에서 동남쪽 2000㎞에 있는 ‘클라리온 클리퍼톤 해역(CCZ)’ 아래에 깔려 있다.

망간단괴의 주성분은 망간이지만 철과 니켈, 코발트, 희토류 등도 섞여 있다. 전통 제조업과 함께 태양 전지판과 배터리 산업 등에도 활용되는 물질들이다. 망간단괴의 경제적인 가치가 매우 크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망간단괴가 산소를 만들어낼 수 있는 원동력은 전기 분해라고 설명했다. 망간단괴 표면에서 최대 0.95V의 전기가 생기면서 물이 수소와 산소로 분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지구 생물의 진화 역사에서 새로운 변수가 됐다고 봤다. 지구에 산소를 공급해 고등 생명체가 생길 수 있도록 한 주체에 식물처럼 광합성을 하는 유기체뿐만 아니라 망간단괴가 포함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연구는 바닷속에서 산소를 뿜는 망간단괴를 수면 밖으로 건져 올려 자원으로 삼아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산소 공급원이 줄어들 경우 해양 생물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심해 산소량에 미칠 망간단괴 채굴의 영향에 대한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마침 국제사회에서는 심해 광물 채굴 규제에 대한 논의가 벌어질 예정이다. 한국도 가입한 국제해저기구(ISA)는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총회를 개최한다.

주요 의제는 상업용 채굴 허가와 관련한 절차 정립이다. 현재 각 국가 관할권 밖 심해 광물에 대해서는 탐사만 가능할 뿐 상업적 채굴은 하지 못한다. 그런데 태평양 일부 섬나라에서 “엄격한 규제를 통한 채굴을 허용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페루와 그리스 등 20여개국은 심해 채굴과 관련해 금지나 유예, 중국 등은 찬성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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