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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필립 회동, 민영화 논의 안 했다”는 이진숙···김재철은 “내 지론이라, 이진숙에게 만나보라 했다”

전지현 기자    조형국 기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8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인 경기 과천시 한 오피스텔 건물로 처음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8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인 경기 과천시 한 오피스텔 건물로 처음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012년 MBC 기획홍보본부장 재직 시절 고 최필립 당시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비밀리에 만난 건 ‘김재철 전 MBC 사장의 지시 때문이고, 만난 목적도 ‘MBC 민영화’ 논의였다‘는 내용의 김 전 사장의 진술이 확인됐다.

경향신문이 23일 확보한 2017~2018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불법사찰 등 수사기록을 보면 김 전 사장은 2017년 11월6일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이 후보자와 최 전 이사장의 2012년 10월 비공개 회동에 대해 “이진숙에게 최필립 사장님과 한 번 이야기해보자고 했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김 전 사장은 ‘이진숙이 비밀지령을 받고 논의에 참여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비밀지령은 아니고 (민영화는) 제 평소 지론”이라며 “민영미디어렙이나 민영화 모두 제가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지론”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후보자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정수장학회 요청에 따라 지분 매각 절차를 안내한 것으로 민영화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MBC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김재철 사장의 방문 지시는 없었냐’는 취지의 인사청문위원 질문에는 “오래전에 있었던 일로 구체적인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원세훈 국정원 불법사찰 수사에서도 쟁점이 된 ‘이진숙-최필립 회동’

2017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불법사찰 등 수사기록에 담긴 김재철 MBC 전 사장의 피의자 신문조서.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7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불법사찰 등 수사기록에 담긴 김재철 MBC 전 사장의 피의자 신문조서.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른바 ‘정수장학회 비밀회동’은 이 후보자가 MBC 민영화 시도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번진 사건이다. 이 후보자는 MBC 기획홍보본부장으로 재직하던 2012년 10월 최 전 이사장과 한 시간가량 서울 중구 정수장학회 사무실에서 만나 대화했다. 둘 사이의 대화록이 한겨레신문을 통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졌다.

두 사람은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처분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보도됐다. 공영방송인 MBC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70%, 정수장학회가 30%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정수장학회 보유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MBC를 민영화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회동은 2017년 검찰의 국정원 불법사찰 의혹 수사에서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검찰은 2010~2013년 MBC 사장을 역임하며 ‘MBC 방송 장악’의 주축으로 지목된 김 전 사장과 국가정보원의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MBC 장악 문건)’과의 관계를 따지는 과정에서 이 비밀회동을 주목했다.

2010년 작성된 국정원 ‘MBC 장악 문건’에 담긴 ①간부진 인적 쇄신 ②노조 무력화 및 조직 개편 ③소유구조 개편 등 3단계 계획은 상당수 추진된 것으로 평가됐다. 검찰은 이 문건에서 ‘민영화 방안’이 적힌 부분을 김 전 사장에게 제시하며 ‘정수장학회 지분 처분, 신주 발행과 관련해선 2012년 10월8일 최필립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이 한 비밀회동에서 이런 논의를 한 사실이 대서특필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김 전 사장은 “연구하는 과정에서 대화 내용이 유포된 해프닝이었다”며 “민영화를 추진한 사실은 있지만 국정원 지시와는 무관하다”고 답했다. ‘이진숙은 피의자의 최측근이라는 보도가 사실인가’라는 질문에는 “이진숙은 기자 후배로, 제가 사장일 때 홍보국장, 기조실장을 맡으면서 친해진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후 김 전 사장은 국정원과 공모해 방송 제작에 불법적으로 관여해 방송장악을 꾀했다는 혐의(직권남용)로 기소됐으나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1심 재판부는 “법리적인 이유로 무죄라고 보지만 행위가 합법적이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경향신문의 질의에 “정수장학회 요청으로 방문했고 민영화 논의를 하지 않았다”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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