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3일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 조종’ 혐의로 구속됐다.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망의 우려가 있다”고 구속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골목상권 침해부터 경영진 주식 먹튀까지 수년 동안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카카오와 계열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2월 SM엔터의 최대 주주가 됐다. 그 과정에서 김 위원장 등 카카오 경영진과 법인은 인수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김 위원장의 직접적인 지시·승인 아래 공개 매수가(주당 12만원)보다 높은 시세 형성을 위해 24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이 기소되고 재판에서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계열사인 카카오뱅크는 강제 매각 대상이 된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에 따라 대주주 자격 요건에 미달되는 것이다. 신뢰 상실을 넘어 카카오그룹에 미치는 충격파가 상당히 크다는 의미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사랑받던 카카오는 사회적 문제 기업으로 추락해 왔다.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꽃집, 미용실, 골프연습장 등까지 넓히며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일으켰다. 2016년 45개이던 계열사는 현재 124개에 달한다. 카카오게임즈·카카오페이 등 성장성이 높은 사업 부문을 분할한 뒤 상장시키는 ‘쪼개기 상장’으로 소액 투자자들의 원성도 자초했다. 반면 경영진은 ‘작전 세력’처럼 대가를 챙기기에 급급했다. 실제로 카카오페이 상장 직후 대표와 주요 경영진 8명이 한꺼번에 스톡옵션을 행사하고 880억원의 차익을 챙기며 ‘먹튀’ 비난을 받았다. 판교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카카오톡 먹통 사태 등 사고도 이어졌다.
그간 벌어진 일은 ‘혁신의 아이콘’이던 김 위원장이 한순간에 영어의 몸이 된 게 아님을 보여준다. 덩치 키우기와 측근들의 ‘이익 사냥’을 방치하며 쇄신 기회를 놓친 업보다. 논란이 일 때마다 김 위원장은 재발 방지와 경영 쇄신을 약속했지만 구두선에 그쳤다. 또 외부 인사에게 쇄신을 맡겼지만 오히려 내부 갈등을 빚으면서 개인 SNS에 폭로전이 벌어져 상황은 더 나빠졌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김 위원장과 카카오는 윤리와 책임을 바탕으로 조직 문화를 다시 세우고 투명 경영으로 혁신성을 되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