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수 시장 위축에 ‘저가 수출’ 선택…선사들 물량 모두 채워
한국 컨테이너 운임지수 3.7배 상승…기업들 수출 ‘선복’ 확보난
해외 선사들이 국내 항구에 정박하지 않고 지나가는 ‘한국 패싱’이 계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역대 최대 규모 산업 재고량을 기록 중인 중국의 저가 수출 밀어내기로, 해외 주요 선사들이 중국에서 물량을 모두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3일 발간한 ‘중국 저가 수출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중국의 산업 생산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6% 안팎의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비해 부동산 위기 등에서 비롯된 소비 심리는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중국의 신규 주택 가격은 2022년 4월부터 26개월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소비자의 경제 상황 인식을 반영하는 소비자신뢰지수도 기준치(100) 아래를 밑돌고 있다. 이처럼 중국 내에서 생산은 증가하는 반면, 소비는 위축돼 산업 재고 규모가 지난 5월 16조6940억위안(약 3173조원)에 달했다. 해당 통계가 집계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구체적으로 보면 제조업의 재고 비중이 96.4%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제조업 중에서도 통신·컴퓨터 등 정보기술(IT) 제품의 비중이 전체의 20.7%로 가장 컸다.
중국은 재고 물량 해소와 경제 성장을 함께 해결하기 위해 ‘저가 수출’을 택했다. 중국 수출 단가는 지난해 5월부터 12개월 연속 하락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전년 같은 달 대비 9.7% 하락하며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9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며 중국뿐 아니라 여러 국가의 수출 단가가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하락 폭은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 주요국과 비교해 더 컸다.
최근 가뭄으로 파나마운하 통행에 차질이 생기고, 불안정한 중동 상황으로 해상 운임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저가 밀어내기 수출 확대로 해상 운임 상승이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 컨테이너선 운임지수(KCCI)는 22일 5044로, 지난해 평균(1359)보다 3.7배로 올랐다. KCCI는 부산발 13개 항로의 운임을 가중평균한 지수다.
항로별로는 북유럽 지역으로의 운임이 크게 상승하면서, 한국과 중국의 선복(화물 적재공간) 확보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부산발 항로 중 중국·일본·동남아 등 인근을 제외한 다른 지역 운임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올랐다. 특히 로테르담·함부르크 등 북유럽 운임이 가장 크게 뛰었다. 상하이발 항로도 로테르담 항로의 운임 상승세가 가장 가파르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중국의 저가 수출 밀어내기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보고서는 “주요 해외 선사들이 중국에서 물량을 모두 채워 한국에 정박하지 않는 패싱 현상이 지속하면서 가격과 별개로 선복 확보 자체도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특히 장기 계약이 많은 대기업과 달리, 중소·중견기업은 현물 계약이 많아선복 확보의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EU 등 주요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 장벽을 강화하는 가운데 이들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점유율을 늘릴 수 있도록 선제 투자·협력, 시장 선점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