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18.8% ‘초라한 성적표’
김 여사 문자까지 공개하며
배신자 공격한 게 되레 반감

국민의힘 나경원·원희룡 당대표 후보가 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에 입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서 원희룡·나경원·윤상현 후보는 한동훈 후보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배신자로 몰아붙이며 ‘반한동훈’ 구도를 형성했지만 당심을 얻는 데 실패했다. 원희룡 후보는 18.8%로 2위, 나경원 후보는 14.6%로 3위를 했다. 윤상현 후보는 3.7%로 4위에 그쳤다.
원 후보는 친윤석열(친윤)계의 지원을 받았지만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하며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차기 대선주자 레이스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을 등에 업은 원 후보는 한 후보를 두고 ‘절윤’(윤 대통령과 인연을 끊음)이라고 표현하며 대통령 배신자로 몰아붙였다.
특히 친윤계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의 문자메시지를 무시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공격했지만 큰 효과를 얻지 못했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후보가 52.93%의 득표율로 2위(23.38%)인 안철수 후보를 여유 있게 눌렀던 것과 비교하면 윤심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잘 보여준다는 해석도 나온다.
네거티브 공격이 원 후보에게는 되레 타격이 됐다. 김 여사 문자메시지까지 이용하며 선거에 이기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원 후보는 그동안 쌓아온 개혁 소장파 이미지를 잃어버리고 권력에만 집착하는 노회한 정치인 이미지를 얻게 됐다는 것이다.
5선 중진인 나 후보는 세 번 연속 당대표에 도전했지만 이번에도 좌절하면서 당내 입지가 좁아졌다. 나 후보는 2021년 6·11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도전했으나 이준석 후보에게 밀려 2위에 그쳤다.
나 후보는 김기현 대표가 당선된 지난해 3·8 전당대회에도 나섰으나, 중도하차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나 후보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에서 동시에 해임했고, 초선 의원 50여명은 나 후보를 비판하는 내용의 연판장을 돌렸다.
이에 나 후보는 불출마 선언을 했다. 윤 대통령이 나 후보가 대선 기간 자신을 적극 돕지 않은 것에 대해 섭섭해했다는 것이 여권 핵심 관계자들의 말이다.
나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윤 대통령과 화해하는 등 친윤 당권주자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원 후보가 갑작스레 당권 도전을 선언하며 ‘친윤’도 ‘비윤’도 아닌 어정쩡한 스탠스에 서면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나 후보는 이른바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한 후보를 몰아붙이며 반전을 노렸지만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
윤 후보는 4위에 그쳤지만 얻는 게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표와 원·나 후보 간의 이전투구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 이미지를 관리했고, 인지도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