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시세조종 지시·승인 혐의
법원, 약 4시간 피의자 심문 후
“증거인멸·도망의 우려” 수감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58·사진)이 23일 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오후 2시부터 약 4시간 동안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다음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재판부는 “증거인멸과 도망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심문을 받은 후 서울 남부구치소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김 위원장은 곧바로 수감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할 목적으로 시세조종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카카오가 지난해 2월 총 4일간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함께 약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엔터 주식을 고가에 매수한 것으로 보고 수사해왔다.
검찰은 시세조종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지시·승인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혐의를 부인해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18일 카카오 임시 그룹협의회에서 “어떤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이 없는 만큼 결국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구속으로 카카오의 시세조종 혐의 수사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같은 혐의를 받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지난해 11월 구속 기소됐다가 지난 3월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고 있다. 배 대표는 자본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이었고 불법성이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카카오 측과 공모해 시세조종에 나선 혐의로 지난 4월 구속 기소된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도 전날 보석으로 석방됐다.
김 위원장은 한국 ‘벤처 신화’의 상징으로 꼽히는 기업인이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등과 함께 ‘벤처 1세대’로 불린다. 서울대에서 산업공학 학사·석사 학위를 받은 뒤 삼성SDS에서 일했다. 1998년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을 설립했다. 2000년 한게임과 포털업체 네이버컴(현 네이버)을 합병해 NHN을 출범시킨 뒤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2006년 카카오의 전신 아이위랩을 설립했고, 4년 뒤인 2010년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서비스를 내놔 ‘대박’을 터뜨렸다. 미국 생활 당시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이 출시되는 것을 보고 PC에서 모바일 시대로 옮겨가는 것에 주목한 결과였다. 카카오의 성장 뒤엔 플랫폼 시장의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사업을 지나치게 확장한다는 비판이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