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을 겨냥해 전자상거래업체 티몬과 위메프는 지난 5~6월 국내외 2500종 여행 상품의 대대적인 판촉을 벌였다. 회원은 5% 쿠폰 할인에 8% 카드사 할인을 더해 최대 13% 깎아준다고 홍보했다. 고물가 시대에 한 푼이라도 아껴볼 요량으로 사람들이 티몬에서 상품을 구매했다. 그런데 티몬이 여행사에 지금껏 대금 지급을 안 했고, 소비자들은 여행사로부터 일정이 취소됐다는 연락을 갑작스럽게 받았다. 휴가를 망친 건 둘째 문제고,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티몬은 최근 상품권도 대폭 할인 판매했다. 티몬 캐시를 10% 할인했고, 해피머니상품권 5만원권을 4만6250원에, 컬쳐랜드상품권 5만원권을 4만6400원에 각각 판매했다. 배달앱 요기요 상품권도 7∼8% 싸게 팔았다. 그런데 티몬의 대금 지급을 의심하는 제휴사들이 일제히 티몬에서 판매한 상품권을 받지 않고 있다. 은행들도 선정산을 위한 대출 취급을 중단했다. 소비자들은 애가 탄다. 티몬에 전화해도 받지 않고, 전자메일로 항의해도 응답이 없다.
티몬과 위메프는 모두 싱가포르 플랫폼 기업 큐텐의 계열사다. 지난달 기준 결제 추정액만 티몬은 8398억원, 위메프는 3082억원인데 두 회사의 거래업체가 받지 못한 금액이 벌써 1000억원을 넘었다고 한다. 돌려막기식 사업을 하다 2021년 환불 대란이 발생한 ‘머지 포인트 사태’의 재판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티몬과 위메프는 이미 자본잠식 상태다. 지난 4월 마감돼야 할 감사보고서는 현재까지도 제출되지 않았다. 이런데도 그동안 아무런 제약 없이 영업을 해왔다니 어이가 없다.
막대한 소비자 피해가 예상되고 티몬·위메프와 거래하는 6만여 중소업체로 유동성 위기가 확산하고 있지만, 당국의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미정산 문제는 민사상 채무 불이행 문제라 공정거래법으로 직접 의율이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채권·채무 문제”라며 발을 뺐다. 이러고도 윤석열 정부는 민생을 위한다고 할 수 있는가. 이번 사태는 규제 완화 만능주의가 불러온 참사다. 소비자를 보호하고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전자상거래 규제가 촘촘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