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 앞 도로에서 24일 관계자들이 북한이 날려보낸 오물 풍선 내용물을 확인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북한이 남쪽으로 날려보낸 오물 풍선이 24일 대통령실과 국방부 청사에 떨어졌다. 북한이 지난 5월부터 10차례 보낸 오물 풍선 중에 대통령실 청사 내에 낙하한 건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풍선 위치를 실시간으로 감시·대비하고 있었으며, 물체의 위험성·오염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수거했다”고 밝혔지만, 국가 최고보안시설인 대통령실이 뚫렸다는 그 자체로 문제다. 더 큰 문제는 군사적 긴장도 날로 커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는 용인할 수 없는 행위다. 하지만 그 이유가 일부 탈북민단체가 보낸 대북전단의 맞대응이란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군은 오물 풍선 대응 조치로 지난달 9일 북한이 예민하게 여기는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고, 지난 21일부턴 모든 전선에서 틀고 있다. 북한은 지난주 대북전단 살포가 계속될 시 ‘대응 방식 변화’를 위협했고,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남측의 전단 살포용 풍선 격추나 풍선을 날리는 거점에 대한 총격이나 포격을 행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대북전단에서 시작된 남북 긴장이 물리적 충돌로 비화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막지 않고 지켜만 보고 있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일부 탈북민단체가 주장하는 ‘표현의 자유’가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보다 중요한가.
북한의 오물 풍선은 이미 우리 일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오물 풍선이 남측에 들어왔다는 안전 문자가 시도 때도 없이 뜨고, 인천공항 이착륙 항공편이 연쇄적으로 지연돼 여행객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정부는 북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지금 남북 간에는 9·19 군사합의가 중단되고, 소통 채널조차 모두 끊겼다. 이럴 때일수록 우발적 충돌 불씨가 될 수 있는 요소들을 사전 차단하는 실질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부가 당장 북한과 대화할 생각이 없다고 해도,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시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