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야 할 꼬리표 ‘인의예지신’

사진·글 김창길 기자
[금주의 B컷] 지켜야 할 꼬리표 ‘인의예지신’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못지않게 요즘 세간의 이목을 끄는 것이 이원석 검찰총장의 서류 가방이다. 이 총장의 가방에는 김 여사의 것과는 달리 ‘명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브랜드의 로고가 작게 박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어깨끈 고리에 달린 붉은색 꼬리표. 가방 브랜드의 알파벳보다 큰 한자 다섯 개가 적혀 있다.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평이한 글귀이지만, 이에 관한 추측성 기사가 보도되는 이유는 지금의 분위기가 어처구니없기 때문일까.

지난 23일 출근하는 이 총장의 빨간 꼬리표를 보자 비행기에 부착된 꼬리표가 떠올랐다. 비행기 꼬리표에는 한자 대신 영문으로 ‘출발 전에 제거하시오(Remove before Flight)’라고 적혀 있다. 착륙해 있거나 점검을 받은 비행기 동체를 보호하는 덮개를 제거한 후 비행을 시작하라는 표식이다. 비행기 꼬리표와 달리 총장 가방의 꼬리표는 제거되면 안 될 것이다. 우리 사회를 감시하고 벼리는 검찰의 눈은 최고 권력자를 향해서도 초점을 맞추어야 할 테니까. 그리하라고 헌법에 적혀 있다.

법률 사전에는 없지만, 권력을 감시하는 또 하나의 눈이 언론이다. 한가로운 토요일 오후에, 까칠한 기자들의 눈을 피해, 정부의 안전 가옥에서 김 여사가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검찰은 하루가 지나서야 언론에 알렸다. 8년 전의 악몽을 기억해서일까.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환해 놓고 쩔쩔매는 서울중앙지검 수사관들의 모습이 한 사진기자의 렌즈에 포착됐던 일 말이다. 우 전 수석은 팔짱을 끼고 웃으며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12시간가량 이루어졌다는 김 여사의 검찰 조사는 정부의 공식 기록에만 존재할 뿐, 대한민국 언론사의 아카이브에는 저장될 수 없었다.


Today`s HOT
사이클론 알프레드로 인한 해안 침식 모습 더 나은 복지와 연금 인상을 원하는 프랑스 시민들 오슬로에서 이루어진 우크라이나-노르웨이 회담 평화를 위해 심어진 붉은 깃발
런던의 어느 화창한 날, 공원에서의 시민들 텍사스 주 산불, 진압 위해 작업하는 대원들
대피 명령 경보 떨어진 베이트 하눈을 떠나는 사람들 런던에서 열린 춘분식
예루살렘에서 일어난 전쟁 종식 시위 라마단을 위한 무료 문신 제거 서비스 175명씩 전쟁 포로 교환, 돌아온 우크라이나 군인들 달러와 연료 부족난을 겪는 볼리비아 사람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