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코르드 광장 노천 경기장서
사상 첫 브레이킹 ‘댄스 배틀’
무작위 음악 맞춰 60초씩 경기
기술·표현 관해 심판이 채점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e스포츠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첫 금메달은 ‘스트리트파이터 5’에서 나왔다. 과거 오락실에서나 즐겨 하던 게임을 통해 금메달리스트가 된 마흔네 살 김관우의 스토리는 스포츠가 필요로 하는 인간의 열정과 지구력을 보여주는 상징이 되었다.
‘스포츠’의 영역은 점점 확장되고 있다. 몸을 움직이지 않지만 머리와 감각, 체력으로 싸우는 e스포츠, 바둑 등이 정식종목이 되는 시대, 함께 아시안게임에서 첫선을 보였던 브레이킹이 이제 올림픽에서도 ‘스포츠’로 인정받았다. ‘댄스 배틀’로 불리는 브레이킹이 올해 파리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에 오른다.
음악 중간의 브레이크 다운 파트(다른 연주 없이 드럼 비트만 나오는 부분)에 맞춰 춤을 춘 데서 유래해 브레이크댄스, 비보잉(B-boying)이라 불린 브레이킹은 2018년 부에노스아이레스 하계 청소년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뒤 젊은 세대 사이 열렬한 인기를 확인한 끝에 아시안게임을 거쳐 2024년 하계 올림픽까지 안착했다.
브레이킹은 남녀로 나눠 경기한다. 남자 선수는 비보이, 여자 선수는 비걸이라 한다. 4명씩 4개 조로 라운드로빈을 진행한 뒤 각 조 1·2위가 8강을 치른다. 8강부터는 단판 토너먼트다. 한 경기는 3라운드로 구성되고 2개 라운드 이상 이겨야 승리한다.
8×8m 정사각형 바닥에서 무작위로 선택된 음악에 맞춰 60초 동안 번갈아 서로의 브레이킹 기술을 겨룬다. 고난도 기술과 예술적인 동작으로 심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9명의 심판이 5개 기준을 놓고 각각 채점한다. 기술 완성도와 신체에 대한 정교한 컨트롤 등을 보는 ‘기술력’, 무대 사용 반경과 다양한 기술 구사 여부를 보는 ‘표현력’, 선수의 창의적인 움직임을 평가하는 ‘독창성’, 기술 간 매끄러운 연결과 실수 여부 등에 관한 ‘수행력’, 음악의 분위기와 리듬에 어울렸는지 평가하는 ‘음악성’이 채점 요소다. 각 심판이 주관적으로 채점하지만 기술과 예술성을 보는 것이 동계종목 피겨스케이팅과 비슷하다.
브레이킹 동작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기술에 들어가기 전 무대에 서서 음악의 리듬을 타는 일종의 준비 동작을 칭하는 ‘톱록(toprock)’, 손·발·상체·하체가 바닥에 닿은 상태에서 움직이는 ‘다운록(downlock)’, 원심력을 이용해 회전하는 기술 ‘파워무브(power move)’, 기술을 선보이거나 리듬을 따라 움직이는 도중 특정 자세로 멈추는 ‘프리즈(freeze)’가 있다. 흔히 알려진 헤드스핀(바닥에 머리를 대고 정수리를 축으로 빙빙 도는 기술)과 윈드밀(어깨와 등을 바닥에 대고 다리를 올려 회전하는 기술) 등은 파워무브에 포함된다.
선공과 후공으로 이어지는 3차례 배틀이 모두 끝나면 심판 9명의 판정이 공개된다. 승자와 패자가 나뉘지만 서로 포옹하면서 상대의 무브에 ‘리스펙트’(존중)를 보낸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브레이킹은 체육관 내 무대에서 치러졌지만 파리 올림픽의 브레이킹은 거리에서 열린다. 8월9~10일(현지시간) 18세기 말 프랑스혁명의 중심지였던 콩코르드 광장에서 진행된다. 예술의 도시 파리에서 한여름 밤에 젊음과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8월9일에는 비걸, 10일에는 비보이들이 경합한다.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가 요청해 정식종목이 된 브레이킹은 202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릴 다음 올림픽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언제 또 올림픽에서 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어쩌면 예술의 도시 파리에서 열리는 올림픽이기에 볼 수 있는 무대다.